경제·금융

경제·체육계 파장 고려 '고육책'

검찰 "동계올림픽·IOC총회 유치 차질 우려"<br>형평성 논란속 '구속수사 관행변화' 관측도<br>공은 법원으로…횡령액 반환·집행유예 무게


검찰이 수백억대의 비자금 조성ㆍ횡령 등 죄질이 무거운데도 9일 최고 핵심 피의자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을 불구속하기로 한 것은 국내 경제 및 체육계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다. 주범인 박씨를 불구속하는 마당에 박용만 전 두산 부회장 등 종범들을 구속하는 것은 처벌 형평성이 맞지 않아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두산 오너 및 계열사 사장 전원을 불구속 처리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의 국제 스포츠계에서의 입지를 감안하더라도 과거 최태원 SK 회장,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등 재벌 오너들이 비슷한 혐의로 구속된 것을 감안할 때 수사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강정구 교수 파문을 계기로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강조되면서 검찰의 구속수사 관행이 바뀌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불구속 배경=검찰이 두산 일가에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으로 횡령액수가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중죄이다. 두산 일가의 횡령액수는 최소 300억원이기 때문에 높은 처단형이 불가피하고 이렇기 때문에 구속 재판이 통례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두산의 불구속 방침은 재벌 봐주기, 편파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 뻔했다. 검찰은 이 같은 비판에 대비, 두산 일가 불구속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첫번째 이유는 두산 일가가 갖고 있는 사회ㆍ경제적 영향력이다. 특히 박 전 회장은 IOC 위원과 국제유도연맹(IJF) 회장, 국제상공회의소(ICC) 회장 등을 맡아 국제사회 지명도가 매우 높은 인물이라는 것. 당장 박 전 회장을 구속할 경우 현재 추진 중인 동계올림픽과 IOC 총회 유치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게 검찰의 설명이다. 두번째는 두산 사건이 통례의 인지수사가 아니라 형제간 재산분쟁에서 비롯된 특수사건이라 정상참작의 여지가 많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마지막으로 두산 오너 일가가 범죄 혐의를 시인하고 적극 수사에 협조한 부분도 불구속 이유라고 설명했다. ◇의미 및 전망=검찰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불구속 배경을 애써 해명하고 있지만 두산 사건이 기존 재벌의 구속수사 관행을 깼다는 측면에서 향후 검찰 수사에 적지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앞으로 재벌 수사의 기준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수사를 지휘했던 황희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두산 수사는 재벌 수사 중 아주 특별한 케이스로 일반 재벌 수사와 같이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특경가법상 기소 자체로도 구속하는 것도 엄중한 처벌을 한 것”이라며 불구속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불구속 인권 수사가 강조되는 추세 속에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을 경우 가급적 불구속 기소한다는 원칙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법조 안팎에서는 이 같은 수사관행의 변화도 있지만 이번 불구속 방침은 형평성에 어긋났다며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검찰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않다. 실제 서울중앙지검의 한 고위관계자는 “명백한 중죄인을 불구속함으로써 향후 재벌 수사에 운신의 폭이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만큼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이 불구속 사건에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드문 것을 감안할 때 비자금 횡령액 반환을 조건으로 집행유예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지배적인 관측이다. 박 전 회장측은 비자금 횡령액 중 증자대금 이자대납 부분은 이미 반환했으며 이후 여타 횡령액도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법원은 정상참작 이유를 들어 징역형을 선고하되 집행유예 조치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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