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이너스 금리' 심화…이자생활자 더욱 궁지

은행 단기 수신금리 우선 인하…모기지론등 대출금리도 내릴듯

이번 한국은행의 콜금리 0.25%포인트 인하로 은행이자율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이른바 ‘마이너스금리’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이자소득자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콜금리 인하가 단기 수신금리 인하와 함께 모기지론 등 대출상품의 금리인하로 이어질 경우 당장 연체율 감소와 함께 일부 소비회복에는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금리인하로 인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 확대로 은행들은 사상 최대의 순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특히 콜금리 인하에 맞춰 바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의 단기예금 금리를 먼저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년 이상 장기예금 금리의 경우 고객불만과 예금이탈 등의 문제로 시차를 두고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선진국들이 대부분 금리인상에 나서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상황에서 국내 금리만 인하됨으로써 한미간 금리 스프레드(차이)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억원 넣어놓으면 1년에 85만원 손해=지난 7월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평균은 연 3.8%.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4.4%였던 것을 감안하면 은행이자율이 물가상승률보다 0.6%포인트 낮은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0.25%포인트 더 낮추면서 물가상승률과 은행이자율이 차이는 더욱 커지게 됐다. 마이너스금리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는 얘기다. 일단 물가상승률이 지난달과 동일하다는 가정 아래 7월 은행이자율에서 0.25%를 더 빼면 물가상승률과 이자율은 0.85%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1억원을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넣어놓으면 가만히 앉아서 1년에 85만원의 손해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팀장은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이자소득자들의 예금이 대거 후순위채권이나 주식 등 고위험 고수익 금융상품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최근 채권ㆍ주식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아 이마저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 일단 단기예금 금리인하 준비=콜금리 인하에 맞춰 은행들은 우선 단기예금 금리를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루만 맡겨도 시장금리에 따라 이자를 쳐주는 수시입출금식예금인 MMDA가 주대상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MMDA 금리를 관행적으로 콜금리 수준에 맞춰 정해왔다. 또 3개월 미만의 단기예금 금리도 우선적인 인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3개월 혹은 1개월 단위로 금리를 결정하는 ‘회전식 정기예금’의 이자율이 가장 먼저 조정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3개월 미만의 단기예금 금리는 콜금리 인하에 따라 바로 내릴 수밖에 없다”며 “순차적으로 이들 단기예금에 대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년 만기 정기예금 등 장기예금의 금리는 상당 기간 동안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한ㆍ기업ㆍ씨티은행 등에서 연리 4.3%의 특판예금을 판매하고 있어 갑자기 금리를 낮출 경우 고객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예대마진은 더욱 확대돼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둔 은행권의 이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모기지론 금리인하 가능성 커져=콜금리 인하로 수신금리와 함께 대출금리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실세금리에 연동해 대출금리가 결정되는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고객들에게 주택대출을 실시한 후 이 대출채권을 담보로 주택저당채권(MBS)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실세금리가 떨어지면 MBS 발행금리도 떨어져 그만큼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각 은행이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과거 3개월간의 금리 평균을 통해 결정된다. 따라서 시차는 있겠지만 각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현행 5%대 중반에서 5%대 초반으로 조만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미간 금리 스프레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바로 지난 10일 미국에서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한 데 반해 오히려 국내에서는 금리를 내려 한미 금리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등 경제위기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금리인하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유가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이 더 커지면 오히려 경제에 주름살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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