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서자마자 이동통신 번호이동시장이 이상 과열신호를 보여 통신위원회가 사전 조사에 돌입하는 등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통신위가 시장 조사를 통해 위반의 정도가 심할 경우 본격 조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동통신업체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신위는 이달 들어 SK텔레콤과 KTFㆍLG텔레콤 간의 번호이동이 하루 최대 10만건 이상에 달하는 등 이동통신사간 ‘가입자 뺏기’가 다시 기승을 부릴 조짐을 보이자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강력한 구두경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번호이동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 업체들에 1차 경고를 한 상태”라며 “현재 어느 정도 과열됐는지, 위반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기 위해 시장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열 경쟁은 이동통신 3사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사항”이라며 “점검 결과 과열의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본격조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월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1만~2만건 정도의 안정세를 유지했던 번호이동시장은 2일 하루 4만건으로 올라섰고 이후 거의 매일 1만건가량 증가해 9일에는 10만건을 돌파, 올 들어 최대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번호이동시장이 과열된 데 대해 통신위는 상반기 가입자 확보 경쟁에서 밀린 사업자가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내걸면서 시장 공략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SK텔레콤의 3세대(3G) 공세 전략도 시장 경쟁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신위 관계자는 “원래 7~8월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각사들이 오히려 보조금 정책을 강화했다”며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밀렸다고 생각한 사업자가 공세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신위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번호이동 과열 현상은 일시적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규제기관의 구두경고가 있은 직후인 11일 번호이동 건수는 전일(8만1,765건)의 3분의1 수준인 2만5,803건으로 떨어졌다. 보조금도 6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장과열의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제로섬 게임인 상황에서 한 사업자가 조금이라도 움직임을 보이면 다른 사업자가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통신위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판매부진이 계속되면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