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FTA로 다른 시장이 열리니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고 힘줘 말한다. 친환경 농산물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제품은 오히려 수출을 늘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해마다 인도ㆍ유럽연합(EU) 등 새로운 국가와 지속적으로 FTA를 체결해왔지만 개방의 파고를 넘어 우리나라에서 연간 1억원 이상 억대소득을 올린 농가는 지난해 2만가구에 달했다. 내년 한미 FTA를 앞두고 중소기업ㆍ농축수산업 등 취약산업 분야는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지만 차제에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의 강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 FTA를 계기로 취약산업도 맷집을 키워 신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ㆍ칠레 FTA 발효 이후에도 칠레산 포도 수입은 증가했지만 국내 포도가격, 시설포도 생산량 및 재배면적은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지난 2003년 각각 2만4,910톤, ㎏당 6,486원이던 생산량과 3~6월 평균 가격은 지난해 4만4,534톤, 9,870원으로 크게 높아졌다. 우려됐던 피해는 제한적으로 나타났고 경쟁력은 강화됐다. 한ㆍ칠레 FTA는 중소기업에도 다양한 시장진출의 기회로 작용해 FTA 발효 이후 신규 진출기업 중 중소기업이 수출액의 83%, 기업 수의 96%를 차지했다. 7월 발효된 한ㆍEU FTA 역시 TV송신기, 산업용 원단, LED조명 등의 분야에서 수입선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바꾼 유럽 업체들이 늘어나 새로운 기회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밀폐용기 전문 생산업체인 락앤락은 지난해 EU시장에서 1,700만달러의 매출실적으로 올렸는데 EU 수입관세율 6.5% 즉시철폐로 올해 목표를 2,500만달러로 늘려 잡았다. 또 뽀로로ㆍ뿌까ㆍ마시마로 등 국내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제품이 EU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중소기업들이 한미 FTA를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시장 트렌드를 수시로 파악, 유망 수출품목을 적극 개발해 수출산업의 저변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예를 들어 신발의 경우 관세철폐 여력을 활용해 특수기능화 등 독자 브랜드를 중심으로 틈새 마케팅을 강화할 경우 효과가 기대된다. 미국의 정부조달시장도 노려볼 만한 분야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개방수준이 완화돼 공구절삭기, 문서세단기, 리튬전지 분야 등 우리 중소기업들의 정부조달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농식품 분야에서도 일본ㆍ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한국의 농식품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당도가 높게 생산된 제주 고품질 감귤은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FTA가 발효되면 국산 농산물 가운데 58.7%(수출액 기준 82%)의 관세가 즉시 철폐돼 과일ㆍ수산물 등의 신선 농수산물과 함께 음료ㆍ라면ㆍ김치ㆍ된장ㆍ고추장ㆍ아이스크림 등 농식품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 중기제품의 경우 자체 경쟁력은 있지만 아직 인지도는 크게 낮은 것이 한계다.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함께 미국 기업들과의 기술협력을 확대해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특혜관세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사전에 원산지 인증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