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두꺼비의 눈물

김희원 기자 <생활산업부>

[기자의 눈] 두꺼비의 눈물 김희원 기자 '두꺼비'의 진로가 오는 30일 새 주인을 찾기 위한 공식 입찰에 들어가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된다. 지난 98년 부실경영의 대가로 국내 최초의 화의기업이 된 진로는 외자유치 창구로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만난다. 외자유치가 실패로 돌아간 반면 이후 골드만삭스는 진로 채권을 꾸준히 헐값에 사 모아 15.2%를 확보했고 진로 채권자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외자유치에 실패한 진로는 원금 상환이 시작된 2003년 이를 6개월 유예해달라고 채권단에 요청한다. 하지만 당시 주채권자였던 아일랜드 계열 세나인베스트먼트의 신청으로 해외 채권자에 의한 국내 첫 법정관리 기업이 되는데 이들은 훗날 골드만삭스의 관계사로 세간에 알려진다. 이밖에 진로는 턱없이 높았던 화의 초기 금리를 고정 금리로 정하는 우를 범해 꼬박꼬박 이자를 갚았던 성실함을 무위로 돌렸다. 또 채권 소유자 변동시 신고를 의무화하는 조항도 법정관리 이후에야 정해 세나의 부상을 방치했다. '진로 드라마'는 선진국에서 일반화된 금융기법에 무지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 가를 묵묵히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글로벌 스탠더드'의 냉혹함을 깨닫지 못한다면 '제2의 진로'가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적절히 시사해준다. 외국계 투자기관들은 채권자로 많은 시세차익을 챙기고 인수유찰 여부를 결정하게 됨은 물론 국내기업들과 손잡는 등의 형태로 본 인수전에도 참여, 인수 완료 후에도 경영개입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두꺼비를 성스러운 동물로 여겼다. 전래동화 속 두꺼비는 독기를 뿜어 지네를 죽이고 마을을 구하는 성물이다. 지네 역시 이로운 생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옛날 두꺼비가 오늘의 형국을 본다면 왠지 통탄의 눈물을 흘릴 것 같다. heewk@sed.co.kr 입력시간 : 2005-03-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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