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7월 25일]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운명

헨리 폴슨 미국 재무부 장관은 열흘 전 상당한 비용이 들더라도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살려놓겠다고 공언했다. 미 정부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신용한도 확대 및 직접 지분매입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이는 미 의회가 논의 중인 더 광범위한 주택시장 관련 법안에 포함될 것이고 몇달 후 대통령의 승인을 얻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납세자들이 가장 궁금한 부분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살리기 위해 부담해야 할 혈세 규모다. 물론 시민들은 자신들의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미 의회예산처(CBO)는 이에 대한 대략의 답을 내놓았다. 폴슨 장관의 구제책을 그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250억달러가 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어림잡은 수치일 뿐이다. CBO의 추산에 따르면 추가 비용이 1,000억달러가 넘을 가능성도 5%에 달한다. 만약 사태가 악화될 경우 이 같은 추가 비용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는 두 국책 모기지업체의 실패에 대해 구제금융을 주는 것을 빼곤 별다른 대가를 치르지 않게 됐다. 대신 미국민들은 가구당 수백달러씩 부담해야 할 판이다. 이들 정부보증기관(GSE)을 우선 구제함으로써 신용경색으로 고통받고 있는 다른 금융업계 전반을 구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무부의 조치가 실패할 경우 그 비용은 결코 250억달러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두 모기지업체의 대출 및 보증 액수는 5조2,000억달러에 달하며 이중 15%는 위험성이 높은 알트A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다. 게다가 미국의 주택가격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공정가치 기준 자산 규모는 70억달러에 불과하다. 앞으로 납세자들이 1,000억달러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결코 오지 않을 거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최악의 상황은 재무부가 말 그대로 ‘어떻게 해서든’ 비용을 치르고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지금 그대로 살려내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들을 비정부 금융기관으로 그대로 남겨둔다면 도덕적 해이 논란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당장 해체하거나 정부 영역으로 옮겨오는 것이 최선의 해답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싫다고 해서 이를 회피한다면 납세자들의 부담만 더 늘 것이고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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