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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논란에 맞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선택은 대선 개입 의혹을 일으킨 현 이사진의 결단을 촉구하는 한편 야당의 정수장학회를 강탈 주장을 정면 반박해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야당의 정수장학회 의혹 제기에 휩쓸리지 않고 정면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박정희 정부의 압박이 있었지만 고 김지태씨가 부정축재 혐의를 모면하기 위해 내놓은 재산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장물'이라는 의혹에 대처했다.
다만 장학회의 설립과 운영에 문제가 없지만 "장학회가 스스로 용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명칭 개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고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여사의 이름을 딴 '정수장학회'라는 이름 자체가 정치적 의혹을 낳았다고 여기는 시각이다.
그는 "역대 정부가 정수장학회를 여러 번 감사하고 모범적으로 운영했다고 평가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설립 취지나 정신이지 명칭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 거론한 이사진 사퇴에 대해서는 개입할 위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이사진이 현명하게 판단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박 후보는 특히 정수장학회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정수장학회에 대해 김씨의 부일장학회가 이름만 바꾼 것으로 알고 계신 분이 많은데 사실과 다르다"면서 "김씨가 헌납한 재산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외 독지가와 해외동포까지 많은 분의 성금과 뜻을 더해 새롭게 만든 재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안타깝게도 김씨는 부정축재자 명단에 올라 당시 시민들이 몰려가 시위했을 정도"라면서 "김씨가 헌납한 부산일보는 당시 자본이 무려 980배나 잠식돼 자력으로 회생하기 힘들 정도였고 문화방송(MBC) 역시 라디오 방송만 하던 작은 규모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정현 공보단장은 "1962년부터 1979년까지 정수장학회의 재산은 11억3,600만원이었고 이 가운데 김씨가 헌납한 돈은 전체의 5.8%인 6,700만원이었다"고 부연했다.
박 후보는 또 최필립 이사장 등 측근 논란에 대해 "어느 재단이나 설립자의 뜻을 잘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현재 이사진이 부정부패에 관련됐다면 당연히 물러나야 되겠지만 설립자와 가깝다는 이유로 물러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학회를 빼앗겼다는 김씨 유족의 주장을 법원이 일부 인정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말도 있었지만 결국 법원은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 내렸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자신의 이 발언이 '정수장학회 헌납 과정에 강압이 없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자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는 추가로 마이크를 잡고 "제가 아까 강압이 없었다고 얘기 했나. (그렇다면) 제가 잘못 말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공격은 여전히 계속됐다. 전병헌ㆍ김재윤ㆍ진성준 민주통합당 의원 등과 진보정의당 창당준비위원회의 심상정 의원 등 야당 의원 23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8월27일 정수장학회의 장학증서 및 장학금 지급을 통한 박 후보 선전 및 기부행위와 10월 최필립 이사장과 MBC의 비밀회동에서 드러난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후 대선 활용 계획, 한국문화재단을 동원한 불법선거운동 등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사법 당국이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은 "김씨가 주식을 강박에 의해 넘겼다는 점을 사법부는 적시했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 중대한 인식의 문제"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