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빠른 시일내에 고액권을 도입해야한다는 입장을 천명, 고액권 발행 문제에 공세적 입장으로 선회해 주목된다.
지금까지 한은은 고액권 발행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라면서 공론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한은은 그러나 6일 국회 국정감사 의원요구 자료에 고액권 발행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자체 연구조사자료를 공개하는 한편 고액권 발행이 절실함을 강조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이 자료에서 "1973년 1만원권이 도입된 이후 경제규모가 커지고 물가가대폭 상승한데다 연간 4천억원 정도인 10만원권 자기앞수표의 발행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고액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은은 2001년 2∼4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55.9%가 고액권발행에 찬성했으며 2002년 8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비율이81.3%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감때는 고액권 발행과 화폐액면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 은행권 품질개선 등의 문제에 관해 각 의원들이 한은의 자체 연구보고서 제출을 집요하게 요구했으나 한은은 "화폐제도 개선방안의 시행여부는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므로 연구결과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거절한 바 있다.
한은은 그러나 이번 국감때는 의원요구 자료에서 외국의 사례, 고액권 발행에따른 긍정적 효과와 부수적 혜택 등을 구체적인 수치를 동원해가며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고액권 발행에 따른 혜택으로는 ▲연간 4천억원에 달하는 10만원권 자기앞수표통용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현용 1만원권의 40%(8억장)가 고액권으로 대체돼 제조.
운송.보관.정사 등의 비용으로 연간 400억원의 절감이 가능하며 ▲휴대하는 은행권매수가 줄고 상거래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 국민생활의 편익이 증대된다고 한은은설명했다.
게다가 시중현금 수요가 늘어 통안증권 발행이 감소, 연간 통안증권 이자가 1천억원 정도 절감돼 그만큼의 한은이익금이 국가 재정수입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강조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29개국의 은행권 평균권종수는 6.1종으로 3종만 통용되는 한국과 큰 편차를 보이고 있으며, 4개권종만 통용되는 일본, 영국, 아이슬란드의 경우 1천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동전을 포함하면5-6종의 은행권이 사용되고 있다.
OECD 회원국의 최고액권 평균가액은 37만원이며, 근로자 1인당 일평균 순임금의2-5배를 최고액면으로 설정하는 화폐액면체계 구성이론을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의최고액권의 액면은 이론상 8만-19만원(2003년 기준)이 적절하다고 한은은 말했다.
OECD 회원국중 73년 이후 2회 이상 고액권을 신규도입한 국가가 10개국(유로화제외)에 이르며 세계 212개국 가운데 최고액면이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소말리아,수단, 몽골, 라오스 등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29개 최빈국들 뿐이라고 한은은 주장하면서 고액권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