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강남 큰손 이어 중산층까지 '한옥 투자 열풍'

북·서촌서 운현궁 주변까지 매기… 가격도 1년새 10% ↑<br>부동산시장 침체 불구 꾸준히 상승<br>3.3㎡당 2,000만~5,000만원선<br>"환금성 떨어져 장기 관점 접근을"



광화문에서 사직공원 방향으로 가다 사직공원 못 미쳐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한옥들이 밀집해 있는 일명 ‘서촌’이 나온다. 길가에 어른 키 높이를 조금 넘을 듯한 작고 아담한 한옥이 보이는데 리모델링을 통해 내부를 현대적으로 꾸며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열었다. 음식점 주인은 “서울의 옛 정취를 느끼려 서촌을 지나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귀뜸했다. 좀더 안쪽 체부동 쪽으로 들어서자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끼고 낡은 한옥 10여 동이 몰려 있다. 그 중 한 집에서는 난방 배관 공사가 한창이다. 인근 S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인지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이 늘고 있다”면서 “직접 거주할 목적이거나 음식점, 카페, 갤러리 등을 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한옥 열풍’북촌에서 서촌, 운현궁 주변으로 확대= 최근 한옥 투자열기가 뜨겁다. 기존 한옥을 개보수하는 것은 물론 신축하는 한옥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투자 지역도 기존의 경복궁 동쪽 가회동 일대의‘북촌’을 벗어나 ‘서촌’이나 계동 현대건설 앞쪽의 운현궁 일대로까지 번지고 있다. 경복궁 서쪽에 위치한‘서촌’은 행정구역상 종로구 옥인동, 체부동, 누하동, 필운동 일대로 조선시대에 아전이나 역관이나 의관 등 중인들이 주로 모여 살던 곳이다. 2009년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해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면서 최근 들어‘북촌’을 잇는 한옥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서촌 일대 한옥은 1900년대 이후 지은 생활형 개량 한옥이 대부분으로 현재 이 곳에는 600여 동의 한옥이 남아 있다. 낡고 불편해 몇 년 전만해도 한옥을 헐고 연립이나 다세대를 지었지만, 최근 북촌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한옥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전통 한옥으로 개량하거나 한옥이 아닌 집을 매입해 한옥으로 신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재 서촌 일대에서만 리모델링 또는 신축이 진행 중인 한옥이 10여 동에 이른다. 실제 지난해 말까지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한옥 보전ㆍ신축 보조금 신청 건수 43건 중 절반이 넘는 24건이 서촌 지역에서 접수됐을 정도로 이 지역의 한옥 열기가 뜨겁다. 또 올해 1분기에 신청한 9명 중 절반 이상이 서촌 지역 신청자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동산 침체기 불구 꾸준한 상승세 =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한옥 지역의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일대 한옥은 3.3㎡당 2,000만~2.500만원 선으로 최근 1년 사이 10%이상 뛰었다. N부동산 관계자는 “서촌 한옥은 부동산 침체를 겪지 않은 편”이라면서 “다만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에 비해 매물이 많지 않고 투자자들이 신중한 탓에 거래는 활발한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촌 일대에서는 투자대상 한옥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데, 대지 규모는 50㎡~150㎡까지 매우 다양하다. 가격은 주택의 상태에 따라 더 차이가 커서 3억에서 10억 원까지 차이가 많다. 현지 N부동산 관계자는 “3억원 수준의 한옥의 경우 대부분 낡은 정도가 심해 수리가 필요한 상태”라면서 “수선 또는 건축 비용 등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촌과 함께 종로구 견지동, 운니동 등 운현궁 주변 지역도 한옥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곳 역시 2009년 한옥 밀집지역으로 지정됐는데, 이에 맞춰 내년 상반기까지 한옥 보전형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운현궁 주변에는 보전가치가 있는 생활 한옥이 150여개동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병근 서울시 한옥문화과장은 “북촌이 널리 알려지면서 한옥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으며, 관심 지역도 점차 주변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한옥 보존형 지구단위 계획이 수립되면 북촌과 서촌에 이어 운현궁 주변에도 또 하나의 한옥 명소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큰손 이어 중산층까지 가세= 아직까지 한옥에 투자하는 이들은 주로 강남 큰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쓸만한 한옥의 경우 가격이 수십억 원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북촌의 경우 현재 3.3㎡당 가격은 3,000만원 대에서 최고 5,000만원까지 이르고 있다. 강남 단독 주택지의 가격이 3.3㎡당 2,000~3,0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어지간한 재력이 아니고서는 북촌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이처럼 가격이 뛴 것은 한옥을 찾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한옥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장은 “북촌 일대 한옥에 투자하려는 자산가들은 주로 한옥이 개인 취향에 맞거나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통해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며 “또 자연 경관과 쾌적한 자연 환경에 이끌려 한옥을 주로 여가를 위한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사 두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한옥을 신축할 경우 건축 비용 역시 많이 든다. 실제 3.3㎡당 건축비가 1,000~1,500만원 수준으로, 아파트에 비해 2배 이상, 단독주택에 비해서도 높다. 하지만 아파트와 한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옥은 단층이면서 지붕, 벽 등 기본적인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데다 기본적으로 마당과 같은 외부 공간을 같이 쓰는 개방적 구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동일한 건축 면적일 경우 아파트에 비해 쓰는 공간이 넓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한옥 열풍이 중산층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한옥은 아파트와 기본적으로 다른 주택이어서 현대화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멋을 찾는 최근의 흐름을 타고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중산층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옥은 아직은 틈새 상품에 불과한 만큼 투자에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명숙 팀장은“한옥은 환금성이 떨어져 투자용인지, 거주용인지를 분명히 구분하고 낡은 한옥을 리모델링할 지, 신축할 지, 아예 온전한 한옥을 살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면서 “단기간의 시세차익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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