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차이나쇼크를 계기로 시작된 폭락장에 조금씩 희망의 빛이 보이는 듯 하다.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중국의 4월 고정자산 투자가 30%대로 떨어지는 등 차이나쇼크의 파괴력이 조금 둔화된 것이 투자심리의 안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락 이후의 장세, 이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현재 주식시장은 위로도 그리고 아래로도 막힌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에 기록한 고점(939포인트)을 바로 돌파하기에는 투자자들의 가슴을 들뜨게 만들 새로운 호재가 없다는 점이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수출의 앞길에는 중국의 긴축정책 전환 및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악재가 돌출한 상황이며 내수경기의 회복은 4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그 탄력이 너무나 약하기 때문이다. 반면 시장이 바로 하락세로 돌아서기에는 기업들의 내재가치가 대단히 탁월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위시한 한국의 주력 기업들은 국내보다는 오히려 국외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역사상 비교대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개선되었기에 급격한 실적악화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같은 모호한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투자전략은 바로 ‘가치투자’인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에는 저PER 및 저PBR 주식 등 가치주는 주가의 폭락국면, 혹은 경기 후퇴국면에나 주목 받는 일종의 소외된 테마에 불과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새로운 경제적인 여건에 놓이면서부터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시참여가 확대된 이후 기업의 내재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성장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점차 ‘성장’에 대한 프리미엄(Premium)이 퇴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의 주가 폭락사태 영향으로 우량 기업들이 다시 매력적인 주가 수준에 도달한 것은 가치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위와 아래가 모두 막혀 있는 주식시장의 상황에서는 시장의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주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물론 주식시장이 다시 대세상승의 깃발을 들 그날이 온다면 다시 성장주가 부각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눈 높이를 낮출 때인 것 같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