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세계랭킹 1위’ 데이비드 듀발(34ㆍ미국)이 6년전 13언더파 59타를 치며 우승했던 코스에서 10언더파 82타로 꼴찌에 처지는 수모를 당했다.
듀발은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웨스트 파머코스(파72ㆍ6,830야드)에서 개막된 2005 밥 호프 크라이슬러클래식(총상금 480만달러) 첫날 경기에서 버디는 단 한 개에 그친 채 파3홀 더블 파(6타)에 더블보기 1개, 보기 6개로 10오버파 82타를 쳤다. 듀발을 포함해 이날 같은 코스에서 경기를 펼친 32명 프로 선수들의 평균 스코어는 69.844타. 듀발은 평균 스코어보다도 12타 이상을 더 친 셈이다.
드라이버 거리 267.5야드, 페어웨이 안착률이 40%였고 무엇보다 아이언 샷의 그린 적중률이 23%에 그쳐 매 홀 그린 주변에서 짧은 어프로치를 해야 했던 탓에 퍼트는 19개에 그쳤다.
6년 전인 99년 같은 코스에서 치러진 같은 대회 최종 일에 더블보기는커녕 보기도 하나 없이 파6개와 버디 11개, 이글1개로 59타를 쳤던 선수라고는 믿기 힘든 플레이였다.
지난 주 개최된 뷰익인비테이셔널에서 첫날 79타를 치고 기권했던 듀발이 이처럼 다시 무너지자 골프계 관계자들은 “너무나 안타깝다”는 반응.
지난 99년 3개월 동안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듀발은 2001년 브리티시오픈 우승 직후 “원하던 것을 다 이뤘는데 너무 허무하다”며 주저 앉은 뒤 무릎부상, 연상 이혼녀와의 결혼 등으로 예상치 못한 일들을 하며 깊은 슬럼프에 빠졌지만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부활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리드베터 스쿨에서 샷을 연마하고 있는 그는 리드베터가 “정말 열심히 한다”고 할 정도로 연습에 몰두해 왔다. 그러나 결과는 끝없는 추락.
듀발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입을 다물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버려 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대회는 프로 선수 1명과 정재계 및 연예계의 유명 인사가 대부분인 아마추어들이 팀을 이뤄 4개 코스를 돌며 4라운드를 치른 뒤 상위 70명만 컷을 통과 프로들만 최종 5라운드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듀발은 기권을 하지 않는 한 앞으로 남은 3라운드를 더 치러야 한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로버트 댐런, 테드 퍼디, 더피 월도프, 조 오길비, 프레드 펑크 등 5명이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공동 선두를 형성했고 지난해 우승자인 필 미켈슨은 6언더파 66타로 공동 11위에 랭크됐다.
당초 일정과 달리 출전을 강행한 나상욱(21ㆍ코오롱엘로드)은 4개 코스 중 가장 길고 어렵다는 라킨타 골프장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32위를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