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과 정책은 근본적으로 국민에 대한 서비스이며 따라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공부문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은 정부의 태생적인 명제다.
지난 1980년대 이후 신공공관리론(new public management)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개혁의 이념적 동력원으로 작동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정부개혁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작은 정부’의 구현을 통한 공공부문의 개혁은 숙명 과제처럼 받아들여졌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대대적인 정부조직 통폐합과 개편이 관행처럼 이뤄졌으며 공직사회의 쇄신을 위한 무수히 많은 대안들이 제시됐다.
새로이 출범하는 정부에도 예외 없이 공공부문의 개혁은 가장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그간의 논의를 종합하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공부문 개혁 방향은 한마디로 작은 정부 구현을 통한 효율성의 증진으로 요약된다.
이 당선자는 작은 정부 구현의 원칙 하에서 정부의 지나친 비대화를 지적하며 정부 조직개편 의사를 표명해왔다. 이 당선자는 현재의 중앙정부 조직을 ‘대(大)부처 대국’ 체제로 개편하고 대통령 직속의 각종 위원회를 대폭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대부처주의를 바탕으로 현재의 2원 18부 4처의 정부 조직을 10개 부처 내외로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중심의 국가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경제관련 부처들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국가 예산 10% 절약, 공직사회에 성과중심의 경쟁원리 적용, 공무원 숫자 동결, 민생과 직결된 분야로의 공무원의 효율적인 재배치 등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한마디로 공직사회에도 시장지향적 개혁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제는 진실로 작은 정부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공공부문의 규모를 축소해 효율성을 증진하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기본방향이다. 업무와 기능의 유사성을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시도하려는 차기 정부의 설계방향은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작은 정부의 개념을 단순히 규모와 기능의 효율성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경제중심의 부처 통폐합 과정에서 과거 김영삼 정부시절의 재정경제원과 같은 또 다른 거대한 공룡부처의 출현 가능성이 엿보이는 점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또한 시장지향적 접근 하에서 민간의 다양한 효율성 향상 기법들이 진지한 고민 없이 공직사회에 실험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비춰지는 점 역시 다소 걱정스럽다.
행정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효율성이라면 또 다른 그에 대적하는 중요한 가치는 민주성의 구현이다. 그간 노무현 정부는 가장 큰 성과의 하나로 민주적 가치의 실현을 내세워왔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민주성의 가치 실현에만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효율성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결과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효율성=이명박’ 이라는 항등식을 국민들에게 학습시켰고 국민들은 그 가정(assumption)에 압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민주성의 가치 실현을 위해 효율성의 가치가 훼손됐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차기 정부에서 발생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좋은 정부는 불필요한 기능과 역할을 과감히 축소하면서도 필요한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되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존중하고 반영하는 작지만 책임있고 능력있는 정부이다. 새 정부에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두 가치의 적절한 조화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