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0월의 콜금리를 현재 수준인 4.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리논쟁은 인상 쪽이나, 동결 또는 인하 쪽이나 간에 각각 나름의 논리가 있고, 시각차도 현격해서 중간점을 찾기가 쉽지않다. 이날 금통위도 한차례 정회를 해야 할 정도로 동결과 인상 사이에 열띤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그 동안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박승 한은 총재는 줄곧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저금리가 과도한 가계대출을 유발했고, 그것이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끼게 했다는 것이 한은의 진단이었다. 그래서 금리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해 가계와 부동산의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았던 것이다. 이에 반해 정부와 민간 쪽에서는 금리인상은 투자위축과 증시침체의 가속화로 이어져 심각한 경기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며 금리인상에 반대해 왔다. 이날 콜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한은은 이전과 같이 금리인상으로 받아들여질 신호를 보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당분간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더 강하게 보낸게 아니냐는 느낌이 든다. 이는 그간의 실현되지도 못할 금리인상 시그널을 남발한 것에 대한 반성일 수도 있겠으나 최근의 국내외 경기동향이 금리인상을 섣불리 허용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하고 있음을 인식한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날 국내 증시는 종합주가지수가 600선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등 거의 패닉현상을 보였다.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개시 가능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뉴욕증시를 비롯한 세계증시가 모두 하락세를 벗지 못하고 있다. 반면 국내적으로는 금리인상론의 주요 논거가 되었던 부동산시장의 과열이 9월 이후 진정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도 금리동결을 유도한 계기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가신 것이 아니고 잠복한 상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더욱이 가계대출의 부실화는 갈수록 심각해져 이로 인해 한국경제는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국의 전문기관들이 잇달아 경고를 발하고 있다. 금리문제는 선택의 문제다. 경제현상은 복합적이다. 모든 여건이 완벽하게 구비되기를 기다려 결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문제다. 그 점에서 볼 때 어쩌면 금리인상은 시기를 놓친 것일 수도 있다. 박승 총재는 "증시가 침체되지 않았으면 3분기에 금리를 인상했을 層?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증시가 활황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금리를 올리기는 힘들어졌다는 얘기로 들린다. 금리문제는 신중을 기하되 결정은 단호해야 한다. 모호한 수사로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