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감위 빼놓고 막판에 바꾸고' 혁신위 망신살

관심을 모았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소란만 떨고 무엇하나 제대로 바꾼 것 없이 끝났다. 13일 개편안을 발표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원래 금감원을 금감위의 하부기구 내지는 금융검사원 정도로 격하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금감원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13일 발표를 앞두고 백지화돼 버렸다. 바뀐 것이 있다면 재정경제부에서 법시행령에서 갖고 있는 권한 몇개 금융감독위원회로 넘기로 하고, 금감위에 법령개정요구권 준 정도로서 사실상 피부로 달라짐을 느끼기 힘든 수준이다. 초미의 관심이 된 금감위와 금감원간의 업무분장은 양기관의 협의를 존중토록 해 통합감독기구 구상은 사실상 백지화된 느낌이다. 금융감독기구 개편안 마련을 주도한 정부혁신위로서는 그간 고민한 구상을 아무것도 관철시키기 못하게 돼 망신을 톡톡히 당하게 됐다. 게다가 몇달동안 고심했다는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을 당사자인 금융감독위원회나 금융감독원과 사전협의없이 발표하려 한 것이나, 금감원 반발에 밀려 발표직전에 부랴부랴 당초 계획을 백지화해버린 것은 대통령 직속 정부기구서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박영규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이런 내용이라면 전문가들이 책상머리에 30분만 머리 맞대면 나올 내용인데 뭣하러 몇달간 고민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더욱이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취임직후 금감위측 5명, 금감원측 7명으로 상설협의체를 구성, 금감위, 금감원간 기능조정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혁신위와 감사원 등 관련기관과 협의해 나갈 것임을 밝힌 상태였다. 금감위와 원간의 협의체가 막 활동을 시작하려는 무렵에 정부혁신위가 전격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을 발표,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정부혁신위 전격 개편안 발표 보도 이후 금감원 노조에서는 윤 위원장이 '약속을 어긴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날 혁신위의 개선안 발표가 3시에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13일 오후 2시20분쯤. 청와대발 소식에 금감위·원 기자실은 순간 술렁거렸다. 금요일이라 기사 부담이 평일보다 상대적으로 덜했기 때문에 기자실 분위기가 이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사 마감이 임박한 3시에 발표를 한다니…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움직이는 기자들의 자판 두드리는 손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기자들보다 더욱 당황한 것은 금감위와 금감원이었다. 예고도 없던 발표 소식에 금감위와 금감원 직원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분주히 움직였다. 당장 금감위와 금감원 임원들이 윤증현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실로 불려갔고, 예정시간인 3시가 됐지만 혁신위의 발표는 진행되지 않았다. 윤 위원장이 조직기구 개편의 당사자인 두 기관에 한 마디 예고도 없이 개편안을 발표하려 했던 혁신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발표 시간을 늦춰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윤 위원장은 청와대로부터 전달받은 혁신위 발표문을 들고 양 기구 임원들을 소집, 발표문 첨삭작업에 들어갔다. 윤 위원장 집무실에서는 금감위와 금감원 임원들간 격론이 벌어졌다. 당초 혁신위의 발표하려 했던 개편안 초안은 금감원의 감독 기능이 완전 배제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금감원은 지금껏 행사했던 각종 인허가, 제재, 감독규정 재개정 등의 공권력적 행위를 모두 잃고 금감위의 하부 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금감원이 생각하고 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금감원측에서 강력하게 항의했고, 윤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여 금감원의 감독 기능을 일부 유지시켜 줄 것을 혁신위에 전달했고, 방침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된 문구는 금감원을 '상시 감시 및 검사 과정에서 파악된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정의내렸다. 당초 없어던 내용도 첨가됐다. 금감위 '사무국 인원은 현행 수준을 유지' '사무국에 금감원 직원을 포함한 개방형 민간전문가 채용을 확대'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금감원은 수정된 문구에 따르면 감독권한을 어느정도 유지했고, 그토록 반대했던 금감위 사무국 확대도 막아냈다. 이같은 과정을 거친 후 금감위 공보관이 4시 25분쯤 기자실에 들러 대략적인 개편안 골격에 대해 설명했고, 혁신위의 발표는 6시가 되서야 이뤄졌다. 혁신위 발표 후 윤 위원장 지시로 구성된 두 기관의 상설협의체 담당 임원들의 브리핑이 이어졌고, 박영규 금감원 노조위원장의 성명서 발표가 있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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