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섹은 9일(현지시간) ‘또 다른 가족 불화가 한국의 경제를 위협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다각화된 경제에서는 상속자 간 싸움이 타블로이드 신문이나 인터넷 가십 사이트 소재에 그치지만, 한국에서는 이 같은 분쟁이 가장 핵심적인 회사를 위협하고 국가 경제를 볼모로 잡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1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숨진 뒤 그룹이 3갈래로 쪼개져 주식시장에 충격을 줬다”며 “이 사건은 한국이 경제 선진국에 들어가기에는 한참 멀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는 “14년이 지났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재벌이 지배하고 있다”며 이번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마치 ‘데자뷔’ 같다고 표현했다.
페섹은 재벌 중심의 경제를 개혁하지 않는 정부의 우유부단한 태도도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며 롯데의 대실패(fiasco)는 경제 민주화를 추진할 완벽한 기회를 제공했지만 불행히도 박 대통령의 집권 하반기에 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6일 박 대통령이 기업들에 청년 일자리 더 많이 제공하라고 요청한 것은 정부가 재벌을 혁파하기보다는 함께 일하겠다는 뜻을 시사한다”며 “박 대통령의 우유부단함과 삼성, 롯데, 현대가의 버릇없는 아들, 딸에 대한 관대한 경향성은 한국을 병들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페섹은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말했지만 국민들이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아들, 딸이 과연 누구의 아들, 딸인지 궁금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