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가 왔고, 그래서 다시 도전했을 뿐입니다”. 새해가 되면 만 50세,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되는 프로골퍼 최상호(사진). 그는 지난 11월 초 미국PGA 시니어 투어인 챔피언스 투어 퀄리파잉(Q) 스쿨에 출전했던 것을 두고 “그저 때가 되서 했을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한국 프로골퍼로는 처음 도전장을 냈다는 의미가 그에게는 크지 않았다. “후배 또는 동료들에게 자극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평생 한 우물을 판다는 뜻 이상이 아니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게다가 떨어졌는데 무슨 이야기가 되겠냐”는 것이 최 프로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가 챔피언스 투어 Q스쿨에서 겪은 우여 곡절은 덮어 두기에는 너무 큰 의미가 있다. 캘리포니아주 칼리메사의 서던 캘리포니아GC 레전드 코스에서 예선을 치른 최 프로는 나흘합계 8오버파 296타를 기록, 공동 20위를 기록했으며 2명과 함께 서든데스 연장전에 나갔다가 혼자 탈락해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첫 홀에서 혼자 보기를 했다”는 최 프로는 “이유가 여러 가지지만 다 변명 아니겠냐”면서 “다만 도전하기 전 현지 사정을 보다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대회에 나서기 전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해 충분히 준비했지만 막상 현지에서는 사정이 달랐다는 것. 우선 클럽이 문제였다. 반발계수 제한 때문에 경기 시작 전 무작위로 테스트를 했는데 최 프로의 일본산 드라이버가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제작사에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지만 정작 미국 협회 측은 생소한 브랜드라는 이유로 정밀 검사를 했고 결국 기준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던 것. 부랴부랴 미국산 드라이버를 구입했는데 사자마자 손에 익을 리가 없었다. 드라이버가 불안하니 다음 샷들도 편하지 않았다. 최 프로는 “지금 인터넷 홈페이지에 명시된 불합격 클럽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내년에는 써도 되는 클럽 이름을 올린다고 하니 클럽 선택이 좀 더 쉬워질 것”이라며 위안을 삼았다. 현지 날씨도 문제였다. “한 열흘 정도 일찍 도착했지만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대회 코스에 물이 차면서 연습을 할 수 없었다”는 최 프로는 “결국 같은 골프장 다른 코스에서 샷 점검을 했으니 현지에 살면서 대회 코스를 수십 차례 라운드해 본 사람과 매니지먼트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최 프로는 이어 “미국 사람들은 참가 비를 50달러에서 300달러씩 내서 상금을 나눠 먹는 로컬 투어에서 많이 뛴다더라”면서 “대회 감각에서도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참가 비를 2,500달러나 내고 4라운드밖에 뛰지 못해 억울하다”는 최상호 프로. 그는 “내년에도 갈 것”이라고 아주 당연하게 말한다. 체력관리나 샷 연습, 매일 거실 카펫 위에서도 하는 퍼트 연습은 한 살 더 먹는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 그에게 챔피언스 투어 도전은 “그냥 내 평생 걸어가는 길 위에 있는 관문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