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왜곡된 청출어람

미국 메사추세츠대학 역사학 교수인 스티븐 니슨봄은 저서 「크리스마스 전투」에서 19세기말까지 미국의 크리스마스는 난폭한 무리들이 먹고 마셔대는 무질서한 술잔치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이같이 일그러진 성탄절은 1882년 뉴욕시 영국성공회 주교의 아들이자 거부였던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가 쓴 시 「성니콜라스의 방문」에 등장하는 산타 클러스가 마감시겼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밤의 방문객」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를 가정에 단란한 기쁨을 주는 종교적 축제로 만들었으며 이로써 20세기에 접어들며 미국사회에서 가족과 함께 사랑을 확인하는 조용한 성탄절을 자리잡게 했다. 일단 가족중심의 경건한 크리스마스는 이뤄냈지만 성탄절에 선물을 주고 받는 관행이 생기면서 산타클로스를 앞세운 상혼이 춤추는 문제가 생겼다. 성탄절 주인공이 예수가 아닌 물건 파는 산타클로스가 돼 버린 것이다. 올해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는데 1인당 750달러, 전 미국에서 1,740억달러란 엄청난 돈을 지출할 것이란 분석을 보면 산타클로스라는 이름을 빌려 크리스마스 본래의 의미가 얼마나 돈에 찌들에 됐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성탄절 모습도 나은 게 없다. 구세주 탄생이라는 거룩한 뜻은 빛바랬다. 가족과 함께 하기보다는 흥청망청 술취하는 명절이 됐고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던 산타클로스는 너무나도 빨리 상혼에 휩쓸려버렸다. 예년에 비해 음주량과 외식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유흥가는 발디딜 틈이 없고 술취해 밤거리를 해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달들어서는 산타클로스를 앞세운 각종 사고까지 봇물 터지듯 등장했다. 백화점은 물론 이벤트업체, 심지어는 사이버공간에서조차 큰 기쁨을 주던 진실한 산타클로스는 「멸종」된 것 같다. 왜곡된 「靑出於藍 靑於藍」이라면 딱 들어맞는다. 미국보다 더 소란한 크리스마스에, 아직까지 규모는 못미치지만 원조인 미국에 버금가기를 서러워 하는 상업성 산타클로스가 막연하니 말이다. 맑은 어린이의 마음으로 산타클로스를 기다리고 우리의 죄를 대속할 아기 예수의 탄생을 경배하는 성탄절을 보내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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