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나라가 경제살리기 노이로제에 걸려있다. 청년실업을 해결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고,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저임금에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는 한국기업은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가 앞장서서 외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비전과 실천은 뒤따르지 않고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려온다. 대기업을 따라서 중소 협력업체들이 황해를 건너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고 중소기업의 2차 협력업체들도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다. 정부가 내걸고 있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구호가 중소기업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증거다.
중소기업들이 정든 땅을 등지고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인건비가 싸고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단순한 계산에서가 아니다. 정작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중국정부와 공무원들의 태도다. 중국 위해시(威海市)만 하더라도 4~5개의 정부기관이 한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고 연말 공무원 평가도 얼마나 많은 한국기업을 끌어들였느냐에 따라 결정될 정도로 중국 공무원들은 경쟁적으로 한국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개별 한국기업 마다 해당 공무원이 연결돼 밀착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다가 문제점이 발생하면 관청을 수차례나 찾아가야 합니다. 허리를 굽신거려야 하고 뒷돈도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조그만 문제만 발생해도 시정부에 전화만 하면 공무원들이 바로 달려옵니다. 자질구레한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5년전 중국 위해시에 진출한 중소기업 현지법인 책임자의 말이다.
중국 정부와 공무원들이 개미로 돌변하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의 안일함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정부조직에도 경쟁시스템을 도입해 외국기업 유치에 활용하고 있다. 위해시 전체 외국기업의 50% 이상이 한국기업일 정도로 중국정부의 한국기업 끌어들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아야 한다. 경제개발 시대에 개미처럼 일했던 우리 정부와 공무원들은 베짱이로 변해있다. 팔짱을 끼고 기업들이 찾아오기만 기다릴 뿐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먼저 찾아나서지는 않는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화려한 경제살리기 청사진을 제시하기 보다는 우리 정부와 공무원들도 베짱이로 변해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부터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위해(중국)=서정명 성장기업부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