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감사원 외환銀 감사 발표] 배후세력은 못밝혀 '공은 검찰로'

"BIS비율 실제보다 낮게 산정" 예상대로 사실로<br>BIS비율 조작만으론 부실금융기관 규정은 문제<br>대주주자격 예외승인 재경부-금감위 책임전가도

하복동(오른쪽)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9일 삼청동 감사원에서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이 인수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부적절하게 매각돼 사실상 ‘헐값매각’이 이뤄졌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감사원의 외환은행 매각 감사 결과 매각 추진절차와 가격 산정과정, 인수자격 부여과정 등에 대해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의 상당 부분이 밝혀졌다. 그러나 가장 큰 의문점인 외환은행 매각의 배후세력에 대해 감사원은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결국 이 부분은 검찰의 숙제로 남게 됐다. ◇밝혀진 의혹들=외환은행이 론스타에 팔리게 된 결정적인 근거가 됐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6.16%가 지나치게 낮게 산정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작’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감사원이 밝혀낸 과다 추정된 부실 명세만 2조6,000억~2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BIS 비율에 반영하면 8%가 넘는다. 감사원은 론스타의 증자자금 1조750억원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난 2003년 말 BIS 비율이 4.4%까지 하락한다는 반박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2003년 말 BIS 비율을 정상적으로 산정할 경우 11.14%가 나왔으나 외환카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대폭 늘리는 방법으로 BIS 비율을 9.32%로 낮췄다. 당시(2003년 말) 타 전업카드사의 충당금 적립률은 9.1~34.3%였으나 외환카드는 40.3%로 지나치게 충당금 규모를 높게 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환은행이 10여개의 잠재적 투자자에게 투자의향을 물어봤다는 주장도 허위로 드러났다.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은 200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13~14개의 투자자를 접촉했다고 주장했으나 감사원이 확인해본 결과 HSBCㆍ스탠다드차타드 등을 제외하고는 어떤 곳도 투자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재경부 등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의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또 외환은행이 부실을 이유로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매각된 것은 부적절했다고 결론내렸다. 예외승인은 엄격하게 운용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BIS 비율 6.16%’라는 근거 하나만으로 외환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규정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예외승인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BIS 비율을 낮추는 방안까지 재경부 실무자와 논의했으나 담당 실무자는 ‘곤란하다’는 답변을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론스타에 대주주자격을 ‘예외승인’하는 과정에서 책임을 전가 또는 분산시키는 업무행태를 보였다. 이 부분은 3원화된 금융감독시스템 때문에 나타난 문제로 감사원은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시정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전망=매각 추진과정에서부터 가격산정에 이르기까지 외환은행 매각은 문제점 투성이였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같은 문제점이 누구에 의해, 왜 저질러졌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감사원은 강제조사권이 없어 이 부분까지 밝혀내는 것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현 단계에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무효화할 수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인수계약을 무효화하기 위해서는 매도자(정부)와 매수자(론스타) 사이의 불법적 공모 여부가 밝혀져야 하지만 이 부분은 검찰 수사에서나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BIS비율 조작 고의성 입증 한계" 하복동 감사원 제1차장은 19일 외환은행 매각추진실태 중간발표를 통해 "과다 추정된 부실을 반영할 경우 당시 BIS 비율이 8% 이상이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고의적으로 BIS 비율을 조작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감사원의 '외환은행 매각추진실태' 발표 관련 하 감사원 제1차장 일문일답 주요 내용. -감사 결과를 보면 정부당국의 감독이 허술했는데 변양호 국장 윗선은 몰랐다는 건가. ▦이 문제는 국회가 감사청구한 사안이다. 증거에 입각해 철저히 하고 문서에 나타나지 않고 진술이 없는 부분은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감사 결과를 검찰에 보내 나름대로 밝혀지리라 생각한다. 감사원 차원에서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감사원이 재산정한 BIS 비율은 얼마인가. 만일 종합적인 부분을 반영했을 때 매각가격은 얼마를 더 받을 수 있나. ▦BIS 비율은 당시 연말 추정치다. 비율을 재산정한다는 것은 의미 없다. 다만 6.16%의 비율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산출됐느냐를 본 것이다. 매각가격 문제는 당사자간 협상에 의한 것이고 결정된 사항이다. 다만 매도자 입장에서 삼일회계법인이 실사를 했고 세가지 안을 냈는데 매도자라면 가장 높은 가격부터 들고 협상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 얼마가 헐값이냐라는 판단은 우리가 내릴 수는 없다. -현직 공무원 문책과 관련,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도 포함되나. ▦징계를 받는 규모는 실무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감사위원회 고유권한이다. 실무적으로는 판단해 말할 수 없다. 결과가 정리되고 나면 심도 있는 심의를 거쳐 누가 징계대상인지 개별책임인지 확정된다. 다만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엄정하게 처벌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BIS 비율은 외환은행 측에서 고의적으로 조작됐다고 봐야 하는 건가. ▦조작이란 표현은 좀 그렇다. 당시 감독당국에서 확인한 9.14%의 비율이 있는데 하필 매각 당시만 6.16%가 됐냐 하는 차원의 조사과정을 자료에 담았다. 여러분이 판단해달라. (재정금융 3과장) 조작에는 고의가 필요하다. 조작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한계성이 있다. 다른 관련자 진술에서도 조작이라고 시인하지 않았다. 론스타가 예외적으로 은행 대주주자격을 승인받기 위해 산정한 BIS 비율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자료를 예외승인에 끌어다 쓴 것이다. 따라서 BIS 비율을 조작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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