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사태 “개인비리”로 변질/소산 구속이 남긴 것

◎청문회·재수사 불구 「몸통」 규명 실패/불거진 「대선자금」도 정국뇌관 잠복한보사건이 변질되고 말았다. 몸통은 없고 깃털만 난무하고 있다. 단군이래 최대의 초대형금융사고인 한보사태의 원인과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국민적여망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몇몇 권력 주변인사의 개인비리로 사태가 마무리되고 있다. 지난 1월 한보철강의 부도로 촉발된 한보게이트가 지난 17일 김영삼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법정 구속됨으로써 발생 1백16일만에 겉으로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국민들은 막강한 정치권의 실세(몸통)가 독단적인 경영을 일삼는 재벌총수와 결탁해 주인없는 은행에 외압을 행사한 권력형비리가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보철강에 5조원규모의 천문학적 대출을 가능하게 했던 요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수사는 몸통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모아져야 한다. 또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은행 주인찾아주기 등 외압을 막아낼 수 있는 은행경영체제의 확립, 독단적인 재벌오너에 대한 견제 등 제도개편이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몸통을 알고픈 국민들의 의혹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은채 대선자금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으로 비화되고 경제제도개편도 엉뚱하게 금융감독원의 소속문제를 둘러싼 한국은행과 재정경제원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김씨에 대한 수사결과는 한보사건은 푼돈(?)을 받은 홍인길 의원 등 몇몇 정치인이 은행에 간접적인 압력을 가하고 뇌물에 눈이먼 은행장들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한보에 돈을 퍼부은 것으로 결론난 1차 수사결과와 차이가 없다. 몸통으로 의심받던 김씨가 구속됐지만 구속사유가 한보관련이 아닌 몇몇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혐의이기 때문이다. 국정농단과 개인비리혐의로 김씨에 대해 쏟아지는 국민들의 감정을 일부 잠재울 수는 있어도 한보사건의 몸체는 여전히 미궁에 남아있다. 지난 4월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의 한보청문회, 사상유래가 없는 검찰의 신속한 재수사 등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여전한 셈이다. 한보사태로부터 교훈을 얻지못하고 있는 이유는 정치권이 진상규명보다는 한보사건을 대선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김대통령이 오는 21일께 대국민사과를 하고 대권후보 경선국면으로 전환해나갈 복안을 마련하고 있다. 야당도 대선자금문제 등을 고리로 여권을 공격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실체를 규명하려는 의지가 없는 실정이다. 정도의 다과에 불문하고 어떤식으로든 여야가 한보에 연루돼 있어 공멸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하지만 한보를 둘러싼 대선자금 문제는 연말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영원히 수면하로 잠복할 성질의 사안은 아니라는게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여권이 오는 7월 중순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 명실상부하게 정국의 구심점이 여야 후보에게 집중되면 비록 야권에서 구정치인이 후보로 등장한다 하더라도 대선자금 공방과 깨끗한 정치 논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며 김대통령의 대선자금도 결국은 또다시 정치권의 도마위에 올려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보그룹 부도로 시작된 현철게이트로 비화된 한보정국은 아직도 잠재력이 충분한 휴화산으로 남을 전망이며 단지 다시 폭발할 가능성은 향후 대선정국에서 3김씨의 정치력 복원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40여년 가까이 한국정치의 큰 흐름을 이루어온 3김씨가 한보와 대선자금의 연결비리가 드러나는 것을 막아내는데는 어느 정도 성공할지 모르지만 새정치 바람이 몰고오는 대선자금의 치부까지 덮어두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김인모·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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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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