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역지사지'의 지혜

마호메트 ‘풍자 만평’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방 기업과 기독교인이 시위대의 공격 목표가 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지난주에는 서방과 이슬람의 충돌 속에 파키스탄에 진출한 한 국내 기업의 현지회사가 방화 피해를 입는 등 애꿎은 한국 기업이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덴마크의 한 신문에 게재된 마모메트 만평에서 비롯됐다. 이슬람 세계는 왜 북구에서 발행되는 한 신문의 만평에 이처럼 분노하는가.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이슬람 사회에서 예언자 마호메트의 얼굴을 어떤 식으로라도 그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마호메트의 가르침인 코란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특히 마호메트를 테러범으로 간주한 사실은 이슬람 신자라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서구 입장에서 표현의 자유는 훼손할 수 없는 전통이다. 예수조차 만평의 대상이 되는데 왜 마호메트는 안되는가 하는 하소연도 있다. 별것 아닌 사안을 과격 테러범들이 이용하면서 반(反)서구 감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불신이다. 한쪽에서는 서구인들이 중동 국가를 착취한다는 무슬림의 불만이 있고, 다른 쪽에서는 빈민들이 몰려와 일자리를 빼앗고 테러로 사회 안정을 위협한다며 서구인들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서로가 자신들의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서구와 이슬람이 만나 뒤엉켜 산 지 1,000년이 넘었는데 오히려 서로에 대한 오해와 증오만 더 깊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상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상생을 위해서는 서로의 독특한 문화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최근 현대건설이 회사 안에 이슬람교도 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예배실을 만든 것은 이슬람의 문화를 배려하는 하나의 작은 시도로 여겨진다. 중동은 에너지의 절대적인 생명선으로 놓칠 수 없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활용해야 한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이번 만평 파문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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