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금융 불완전판매 된서리

법원 "엔화대출 변동요소 설명 의무… 손실 배상해야" 판결<br>펀드 위험 안알린 자산운용사에도 무거운 책임


법원이 복잡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도 부실한 설명을 일삼는 금융기관에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1부(김용대 부장판사)는 4일 2008년 예상치 못한 원ㆍ엔 환율 상승으로 과중한 이자 부담에 시달렸던 엔화 대출자 21명이 “대출이자 상승에 대한 위험을 은행 측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시중은행 여덟 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엔화대출은 일반 대출보다 다양한 요인에 의해 금리와 이자 액수가 바뀌는 상품으로 비전문가인 고객이 합리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기 위해 변동 요소와 위험성 등을 명확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 측의 상품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판단된 원고 측 13명은 일정액의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예로 김모씨가 E은행과 엔화대출 계약을 맺을 때 은행 측이 금리에 관해 ‘단기외화대출 기준금리 + ○%”로 계약서에 기재한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변동 가능 요소인 ‘단기외화대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은행이 고객에게 이를 결정하는 구체적인 요소에 관해 설명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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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산운용회사가 펀드 상품을 판매하는 상대가 전문 인력을 갖춘 대형회사라는 이유로 손실 위험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도 나왔다.

이날 서울고법 민사12부(김창보 부장판사)는 동부생명보험이 유진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10억8,000만여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동부생명은 2006년 대구 산격동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50억원을 투자했으나 시공사의 부도로 큰 손실을 떠안게 되자 유진자산운용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자산운용사가 제출한 운용계획서에는 원금 손실이 발생할 위험성이 거의 없다는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이 사용됐다”며 “다만 부동산 전문인력을 다수 보유한 원고가 펀드 약관과 운용계획서를 면밀히 검토하지 못해 손해를 더욱 키웠다는 점을 고려,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했다”고 밝혔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금융 비전문가를 상대로 하는 금융기관에는 고객이 합리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도록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설명을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법원이 거듭 확인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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