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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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도 안 졌는데 밖에서 경찰 두 명이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에요" 최동훈 감독(사진ㆍ38)은 영화'전우치'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영화'타짜'),"청진기 대보니깐 진단 나온다"(영화'범죄의 재구성') 등 단 두 편의 작품으로 인구에 회자되는 대사를 남기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그가 느꼈을 부담감이 담긴 말이었다.
총 제작비 150억원이 투입된 영화'전우치'는 고전 소설'전우치전'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으로 조선시대 도사'전우치'가 누명을 쓰고 그림족자에 갇혔다가 500년 후인 현대에 풀려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언론 시사회 이후 영화는 대중성은 있으나 최 감독의 전작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감독은 "전작은 잊고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하며"전작들은 18세 이상관람가의 성인영화들이었지만 이번 영화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동화 같은 영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영웅'전우치'(강동원)와 요괴'화담'(김윤석)의 대립이라기 보다는 이름을 떨치고 싶은 철 없는 전우치가 진정한 도술을 깨달으며 성장하는 성장 이야기에 가깝다.
최 감독은"기본적으로 성장영화의 구조를 띄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전우치는 자아도취형 인간이자 잘 정돈되지 않은 소년 캐릭터"라고 말했다. 이어"우리나라 영웅은 미국 영웅처럼 세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놀기 좋아하는'한량'에 가까울 것 이라고 생각했다"며 "한국사람에게 있는 유희적인 것을 끌어내는 캐릭터가 전우치"라고 설명했다.
영웅이 아닌'한량'이기 때문인지 영화 속 전우치는 딱히 세상을 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위협적인 요괴도 두 마리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최 감독은"찍고 보니 요괴가 좀 더 등장했어도 됐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영화 속 둔갑술ㆍ분신술 등의 도술은 만화'머털도사'를 연상시키고, 다소 넘치는 이야기들은 통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객석에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최 감독은 "이 영화로 뉴욕이나 파리처럼 서울이나 부산에도 판타지를 심어줄 수 있길 바란다"며 "영화가 흥행하면 꼭 속편을 찍고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