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의 기업 후원금 횡령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흥덕사 지원 외압 사실이 어느 정도 확인되면서 검찰 수사가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다.
신씨 학력위조 혐의를 제외하고는 정황을 포착한 수준이었던 횡령 의혹이 계좌추적 및 본인 진술을 통해 속속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또 동국대 이사장 영배스님이 회주로 있는 흥덕사에 특별 교부세 10억원이 지원될 수 있도록 변 전 실장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변 전 실장이 스스로 시인하면서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씨 영장 기각으로 암초에 부딪쳤던 검찰 수사가 또 다른 전기를 맞게 됐다.
◇신씨 수억원대 횡령 혐의=검찰은 성곡미술관과 신씨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신씨가 성곡미술관 자금과 자신의 개인 돈을 혼재해서 관리했으며 성곡미술관 자금의 일부를 횡령한 사실을 발견했다.
20일 서울 서부지검 관계자는 “(신씨 횡령 액수와 관련해) 아직 집계가 모두 끝나지 않았다. 만일 횡령 금액을 모두 변제한다고 해도 이미 업무상 횡령 혐의가 성립된다. 다만 정상참작 사유는 될 수 있다”고 말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신씨의 후원금 횡령은 18일 청구된 구속영장에서는 혐의 사실로 적시되지 않았던 부분이어서 액수가 집계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당초 횡령 혐의를 신씨의 구속영장에 적시하지 못한 이유는 2006년도 부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됐다가 뒤늦게 다시 발부받는 바람에 총액을 집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알려진 학력위조 혐의와 관련해서도 신씨가 각 학교와 기관에 제출한 졸업증명서의 날짜가 각각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서 학력 위조 행위가 저질러진 것으로 신씨의 범죄 혐의를 더욱 무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주 말께 신씨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할 예정이었으나 추석 연휴 및 신씨의 건강문제로 인한 조사 지연 등을 감안해 추석 이후에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변 전 실장 행자부에 압력=흥덕사에 대한 예산지원은 변 전 실장의 요청을 받은 행자부가 “흥덕사에 대한 예산 지원이 가능한지 알아보라”고 먼저 지방자치단체에 연락을 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또 문화재보호법상 흥덕사에 대한 직접 지원이 불가능하자 인근 교량 확장 공사에 필요하다는 명분을 끌어들여 결국 10억원의 교부금이 지급됐다. 지원 대상과 액수를 먼저 잡아놓은 뒤 정작 용도는 나중에 결정했다는 점에서 정말 필요한 지원을 했다기보다는 흥덕사 지원을 목표로 구색만 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영배스님이 변 전 실장에게 예산 지원을 대가로 뇌물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변 전 실장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부적절한 관계’인 신씨에게 간접 뇌물이 전달됐다면 제3자 뇌물 등의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청와대 불자회장을 맡았던 변 전 실장은 본인이 다니는 과천 보광사 주지 종훈스님을 통해 영배 이사장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아씨의 학력위조 의혹을 무마하거나 신씨의 동국대 임용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변 전 실장이 영배 이사장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흥덕사 관련 ‘민원’을 해결해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