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포함해 책임투자를 실시하는 방안을 국민연금공단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의결권 행사를 넘어 주주소송제도 도입 등 구체적인 계획까지 제시돼 이를 바탕으로 한 주주권 행사 방안이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의원(민주당)이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및 주주권 행사방안’이라는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책임투자(SRI) 문화가 성숙하지 못하고 관련 인력이 미비하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SRI란 기업의 지배구조·환경·사회 등 세 가지 요소를 투자의 주요 기준으로 평가함으로써 투자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보고서는 1단계(1~2년)로는 내부적으로 책임투자정책을 마련하고 SRI 펀드를 늘리고, 2단계(3~5년)로는 내부의 전담조직을 구축하고 SRI를 위탁자산으로 확대하며, 2015년 이후인 3단계에 들어서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SRI를 채권, 부동산, 대체투자 등 전체 자산군에 걸쳐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3단계에 들어서면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에 대해서는 개선사항을 직접 요구하고 개선 여부를 보고받는 내용이 담겨있다. 최근 미래기획위원회가 “국민연금이 기업의 대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보고서는 주주권 행사를 위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부터 주주 대표소송까지 다양한 방법을 거론하며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사외이사 풀을 만들고 내부 사외이사추천위원회가 3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기업이 선택하며,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사추천위의 활동내역, 추천사유는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개하도록 했다.
보고서에서는 특히 투자대상 기업 중 경영성과가 나빠지거나 지배구조의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 ‘포커스리스트’를 만들어 개선방안을 담은 내부지침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그 밖에 의결권행사 전문기관의 활용, 경영진과의 협의채널 강화, 주주제안 활용 등 다양한 형태의 주주권 행사안이 소개됐다.
국민연금은 당분간 규모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주주권 행사에 대한 논의가 커질 전망이기 때문에 이번 용역보고서의 내용이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보여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은 용역 참가자들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공단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복지부도 보고서 자체가 정부의 정책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