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弱달러의 두 얼굴] 美다국적 기업 실적 끌어올리고…

국제상품가 압박… 인플레 부담





해외매출·수출 비중 높은 식품·IT 등 순익 쑥쑥
어닝 서프라이즈에 글로벌 증시도 상승 랠리
2차 양적완화 힘입어 2분기엔 효과 더 클듯 달러 불신에 금값 장중 1,509弗사상최고
유가 상승행진까지 부추겨 물가 압력 가중
"추세 지속땐 달러자산 등돌린다" 경고도
급속도로 진전되는 달러가치 하락이 미국 다국적기업들의 실적개선에 톡톡히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신용등급전망 하향 이후 가속화하는 달러화 약세가 미국에 대한 신뢰악화와 국제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압력을 가중시키는 '독(毒)'이 되는 한편 기업들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약(藥)'으로도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달러가치 급락이 해외 매출 및 수출비중이 높은 미국의 제조ㆍ제약ㆍ화학은 물론 식품ㆍ유통 기업들의 실적개선에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간판기업의 실적상승은 글로벌 증시 랠리를 이끌고 있다. 지속되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재정상태를 감안할 때 달러화 약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커 기업들이 누리는 '약(弱)달러 효과'도 2ㆍ4분기 이후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해외에서 올리는 매출비중이 전체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맥도날드는 이날 환율요인이 연간 주당순이익을 15~17센트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KFC 등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얌브랜즈도 달러약세에 따른 국제시장 및 중국사업 부문 호조로 주당순이익이 2%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사업장이 있는 해외 현지 국가의 통화강세에 따라 달러로 환산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형 화학업체인 듀폰의 경우도 약달러가 1ㆍ4분기 실적호조를 뒷받침했다. 펀드관리업체인 YCM넷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요시카미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달러약세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이들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도 실은 약달러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예상을 웃도는 1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 정보기술(IT) 대표기업인 IBM 역시 달러약세가 실적개선에 적잖은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로화 등 주요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1일 도쿄외환시장에서 2008년 8월 이래 최저치인 73.735까지 떨어졌지만 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가 앞으로 한층 진전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인덱스의 역사적 저점인 2008년 3월의 70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윈 틴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약달러를 추구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수출과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므로 달러자산시장이 버티기만 한다면 미국으로서는 (약달러가)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약달러가 초래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금값과 국제원유ㆍ곡물 등 국제상품가격이 달러화 약세의 여파로 연일 강세를 보이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6월물은 장중 한때 1,509.6달러까지 치솟은 뒤 1,503.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금값 상승의 근저에는 지표(달러)에 대한 불신감이 깔려 있다"며 달러화가 불안해지자 '통화로서의 얼굴을 지닌 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약세는 또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을 부추기며 물가상승 압박을 가하고 있다. 유가상승으로 물가압력이 거세지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국제원유에 대한 투기세력 색출을 위한 특별팀까지 꾸렸지만 고유가의 배경에는 미국의 돈풀기 정책에 따른 달러화 약세도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가신용도가 흔들리고 달러화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투자자들이 달러화 자산에서 등을 돌릴 것이라는 경고도 제기됐다. 월가의 대표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는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30년 만기 미 국채를 단 3~6%의 수익률로 매입하는 게 말도 안 되는 짓임을 투자자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인 4.47%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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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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