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이 지난 2일로 법정기일을 넘겨 예산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헌정 이후 예산안이 회계연도를 넘겨 처리된 경우는 지난 55년 회계연도 이후에는 한 차례도 없었고 내년 예산안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오는 9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시일이 촉박해지면서 졸속 심의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공정거래법과 기금관리기본법 등 ‘뉴딜 3법’ 등 경제법안을 둘러싼 여야 견해차가 커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9일)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당국자들은 예산 합의가 회기 내에 처리하지 못할 경우 당장에 추운 겨울철에 취로사업 등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 극빈층 구제사업에 타격을 받으며 경기부양을 위한 예산 조기집행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심의 지연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정부는 계절적으로 실업률이 높은 동절기에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 한해 동안 정부 예산으로 지원되는 일자리 창출규모는 총 41만명으로 내년 1ㆍ4분기 중에 최소 20만명 수준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었다.
국회 심의가 늦어지면 예산공고, 분기별 배정계획 및 월별 자금계획을 짜기 위한 시간은 더욱 촉박해진다. 정부 예산이 확정돼야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각급 지자체와 정부투자기관ㆍ출자기관ㆍ산하기관 등도 순차적으로 예산을 수립할 수 있다. 현재 지방자치법상 자치단체 예산확정 기한은 광역단체가 12월17일, 기초단체가 12월22일로 돼 있다.
따라서 예산안 통과가 연말까지 늦어질 경우 1월 집행 예산이 보름 정도 늦어지고 그 이후 집행 예산도 순차적으로 늦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차관은 “요즘처럼 지방경제가 어려운 때 연초부터 전국에서 공공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예산을 빨리 확정해야 관계부처가 사전준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17조원에 달하는 사회간접자본(SOC)시설 공사는 대부분 민간기업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발주와 자금집행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 아울러 경기부양을 위해 131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에 6조원을 추가하려던 방안도 늦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가 올해 안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정부는 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준예산이란 국가의 예산이 법정 정기국회(12월31일) 내에 성립하지 못한 경우 지난해 예산에 준해 내년도 예산을 짜는 잠정예산이다.
준예산에는 예산회계법상 공무원 급여 등 기관운용비, 예산상 계속비, 지방자치단체 교부금 등 법률상 지급의무가 있는 비용 등 3개만을 지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임의단체 보조금 등의 지급이 전면 중단된다.
변 차관은 “법정기일은 지키지 못했지만 예산을 연초부터 차질 없이 집행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9일까지는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