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달러약세와 유럽ㆍ亞의 대응

지난 주말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최근의 환율 움직임에 대해 “진정으로 공정하게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그의 이런 평가는 맞는 말이다. 최근 유로화 대비 달러 하락 폭은 지난해의 14%에 비해 크지 않고, 지금 유로화를 구성하고 있는 국가들의 통화에 대해서도 과거 16년간 미 달러는 훨씬 더 낮게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스노의 언급은 미국이 최근 달러 약세에 대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식의 인상을 불러 일으켰다. 외환시장은 정책 당국의 수사학에서 감지되는 태도 변화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재무장관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시장의 관심에 곤혹스러운 척 하지만 투자가들이 그 발언을 계기로 미국이 환율 하락을 통해 현재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고자 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비록 외환시장을 예견하는 것이 힘들다 해도 최근 달러 하락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 역시 점점 더 어렵게 되고 있다. 과거 과대 평가된 달러가 미국 내 투자 수익률이 낮게 형성되면서 최근 하락하고 있는 양상은 지난 85~87년 사이 달러 가치가 급락했던 것과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당시 미 달러는 주요 교역국 통화에 대해 40%까지 떨어졌었고, 특히 독일 마르크에 대해서는 50% 하락했었다. 달러 하락으로 인해 미국 제품들은 모든 시장에서 유로 지역 국가들보다 더 나은 수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며, 이러한 것은 유럽 기업들의 수익 마진과 유로존 경제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디플레이션 확산을 경고한 배경들이다. 지난 주말 발표됐던 IMF의 보고서는 디플레이션이 야기하는 경제적 비용을 강조했었다. 특히 독일에서의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경고하며 이를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달러가치 하락으로 위협을 받는 국가는 단지 독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IMF 보고서는 달러 하락이 심각하게 진행된다면 국제수지가 커다란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이는 또 다시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정책 당국들이 달러 하락을 무시하는 것은 매우 부주의한 행동이 될 것이다.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이를 막기 위한 수단들이 취해진다면, 달러 하락을 막기 위한 노력들은 아마 헛되이 끝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은 지금 당장 통화정책을 완화해야만 한다. 그리고 강한 수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경제들은 그들의 환율이 달러에 대해 평가 절상되는 것을 허락해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 5월2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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