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12월 28일] 미국發 금융위기는 끝났는가

최근 미국 재무부채권에 대한 장단기 이자율 스프레드가 2.8%포인트를 넘은 것은 미국 경제의 회복세에 대한 시장의 강력한 믿음을 반영한다. 투자자금들이 리스크가 낮은 국채에서 주식시장 등 리스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이제 증권시장들도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 거시경제도 회복의 기미가 뚜렷하다. 실업률도 이제 더 이상 오르지는 않을 지점에 다가선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번과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오는 일이 없도록 미국 경제가 체제 안에서 시스템 정비를 했는가 하는 문제에서 우리는 부끄럽게도 자신 있게 할말이 없다. 세상이 제대로 되려면 위기가 오고 그것을 헤쳐나가는 동안 정부나 사회ㆍ개인은 비교적 분명하게 왜 위기가 왔는가 하는 근본적 요인을 알게 돼 정신차린 대중의 공동인식으로 문제해결의 환경이 무르익고, 그리고 앞으로의 문제해결에 대한 준비가 되면서 정부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법과 질서가 자리잡게 된다. 그런데 지금 미국 상하원에서 떠들고 있는 금융제도 개선은 근본문제를 비껴간 채 다음의 위기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확실히 하는 게 아니라 지엽적인 관료체제 속에서의 이전투구로 변해서 우리를 걱정스럽게 만든다. 사회전체가 별로 이번 위기에서 배운 게 없는 것이다. '망하게 둘 수 없도록 큰(too big to fail)'은행들은 거의 위기에서 벗어나 옛날보다 더 커졌다. 세계 10대 은행들은 이번 위기 이전에도 세계의 금융 자산 중 거의 60%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70%나 된다. 은행들이 더 커지고 더 복잡해질수록 정부에서는 그들 은행이 망하도록 둘 수가 없어지고 은행들과 은행에 신용공여를 하는 경제주체들은 이것을 알수록 더 신용리스크에 과감해진다. 위기에 빠지면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구해줄 것을 아는데 왜 조심하겠는가. 어떤 리포트들은 이번 미국과 영국은행들 전체에 공여된 위기대처자금의 크기가 연간 경제 전체에서 보는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3에 달하는 거액이라고 한다. 무서운 얘기인 게 이렇게 금융위기 대처에 필요한 돈이 점점 늘어가면 다시 금융위기가 올 때 정부와 연방은행들이 감당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현재 여러 나라가 망할 수 있는 요인으로 가장 큰 것이 또 다른 금융위기다. 근본적 해결책은 그럼 무엇인가. 큰 은행들이 경제에 치명적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망하는 방법을 정부에서 법제화하는 것이다. 대형은행들의 자산은 분할해서 처분하는 방법들을 강구해야 하고 지난번처럼 너무 복잡해서 아무도 그 피해액을 알 수 없는 파생상품들은 취급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자기 리스크도 외부에 발표할 수 없는 자산을 어떻게 취급하게 둘 수 있겠는가. 그런데 국제금융기구들에서도 내년 말까지는 구체적 해결책을 강구할 것 같지 않고, 그래서 연방감독기구들에서 은행들의 자본유지에 중점을 두고 증자를 요구하고 유동성 확충을 강조하니 은행들은 엄청난 자금을 비축해야 하고 쉽게 비즈니스와 개인에게 대출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위에서 얘기한 장단기 이자율 스프레드가 높아져 은행들의 이익구조가 잠시 좋아지는 것과는 좀 다른 문제다. 이번 위기의 중심에 있는 신용파생상품들에는 사실 큰 은행들이 즐기는 마약 같은 유혹이 있다. 디폴트에 대비한 파생상품들 판매로 대형 은행들은 연간 100억달러 정도를 벌어들인다. 그런데 은행들이 여기저기 다른 은행들끼리 거래하고 지불보증을 하다 보니 감독당국에서 그 구체적인 액수들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다. 지금 이것에 대한 컨트롤은 조금 개선될 것이지만 그 해결책인 결제창구 역할을 하는 곳들도 비즈니스이니 망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가 불황에서 빠져나오면서 소비장려 위주로 된 정책들이 조장한 신용과잉이 시장에서 문제화하면서 생길 위기의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 미국 자체에서 자금이 부족해 해외에서 사주는 국채를 발행해 돈을 쓰고 이런 빌리고 돈을 찍어내는 악순환이 버락 오바마정부의 마구잡이 예산낭비와 겹치면서 올 저성장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거기에다 오바마 국민건강보험안까지 예산적자를 엄청나게 키우면서 이 위험을 키울 것이다. 위기에서 교훈을 배운다는 것도 참 실행하기는 어렵고 이래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으로의 경제를 덮는 먹구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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