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김영란법 파장] 공직자 본인 승진 부탁은 허용… 제3자 통했다면 부정청탁

■ 부정청탁·금품수수 적용·예외 사례보니<br>국회의원·보좌관, 지역구 민원 해결 부탁 가능<br>친족·친목회원이 준 경조사비는 받아도 무방<br>고향 친구에게 받은 선물은 금품수수로 분류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전날 일명 ''김영란법''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데 대해 "큰 틀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청렴해지는 대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가 의결을 확정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은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공직자 등이 1회에 100만원 초과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된다. 150만명이 넘는 공직자는 물론 사립학교와 언론사 관계자가 포함되면서 그 가족까지 1,800만명가량을 대상으로 하지만 구체적 내용과 적용 사례는 처음 법안을 만든 국민권익위원회 직원들도 헷갈릴 정도로 복잡하다. 실생활에서 김영란법에 따른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가 적용되는 경우와 예외적인 사례들을 따져봤다.

◇본인 직접 청탁은 처벌 받나=부산경찰청 소속의 한 경찰이 자신의 승진을 위해 인사담당자나 상급자에게 "잘 봐달라"는 부탁을 했다면 김영란법으로 처벌을 받게 될까. 김영란법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민원 제기를 보장하기 위해 이해당사자인 본인이 직접 청탁을 하는 것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승진을 청탁한 경찰관 본인은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과태료 처분 등을 받지 않는다. 반면 부탁을 받은 인사담당자가 실제 승진 청탁을 들어줬다면 법상 처벌을 받게 된다. 승진을 청탁한 경찰관은 김영란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공직자로서 징계 대상은 될 수 있다. 특히 이 경찰이 제3자를 통해 승진 청탁을 했다면 김영란법이 적용돼 1,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본인이 직접 부정청탁하는 행위를 제재하려면 부정청탁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하고 의견 제시 자체가 위축될 수 있어 제외했다"며 "김영란법은 사회의 견고한 엘리트 카르텔 구조에서 비롯된 연고관계나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을 우선적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위 등을 통한 집단적 요구는=김영란법은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하고 정당한 권리구제요구는 제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저축은행 영업금지 사태 때 피해자들이 현행법상 실현이 어려운 후순위채 매입에 대해 "보상해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유사한 사례도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골목상권의 자영업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형마트 영업시간 및 판매품 제한 등을 요청하는 경우도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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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연장선에서 국회의원이나 의원 보좌관이 지역구민의 민원 해결을 위해 공공기관에 절차를 문의하거나 빠른 해결을 부탁하는 것도 부정청탁이 아닌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공직자에게 법령을 위반하거나 지위·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등 공정한 직무수행을 방해하는 얘기를 했다면 부정청탁에 해당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은 김영란법이 검찰 등 사정기관의 수사에 따라 일반 청탁이 부정청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법 적용 초기에는 선거 국면 등에서 '김영란법'이 자칫 표적 사정 논란을 부를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자 가족을 통한 청탁은=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공직자 가족도 1회에 100만원 초과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 100만원 이하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여러 차례 금품을 나눠 받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연간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는 것 역시 형사처벌한다. 하지만 공직자 가족이 자신의 일을 하거나 사회적 관계에 따라서 협력업체나 회사 동료, 동창 등에게 받는 선물이나 경조사비는 허용된다.

고향 친구에게 공직자가 선물을 받는 것도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을 불문하고 규제 대상인 금품 수수로 분류된다. 다만 선물이 소액이고 공직자의 업무수행에 공정성 등을 해칠 우려가 없는 경우라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불특정다수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 초대권이나 홍보용품, 기관 방문자를 대상으로 한 5만원 상당의 기념품 정도 역시 허용하기로 했다. 권익위는 "6촌 관계의 친척이 생활이 어려운 공직자의 생활비를 지원하거나 큰아버지가 조카인 공무원의 승진 축하선물로 옷이나 컴퓨터 등을 사주는 것은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상적 친교를 목적으로 한 소액의 식사 접대 등도 허용되지만 술 등이 포함돼 비용이 커지면 금품 수수에 해당할 수 있어 김영란법이 공포되고 1년 뒤 시행되면 음식점이나 주점 등이 적지 않은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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