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역패권주의가 동북아 경제협력 구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ㆍ일본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유무역지구 설립 ▦유로화 같은 단일 통화 도입 ▦지역 채권 및 주식시장 개설 등 협력할 사안들이 많지만 과거문제와 영유권 문제 등이 겹치면서 3국간 경제협력 노력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윌리엄 페섹 주니어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28일 ‘암초 만난 한ㆍ일 경제’라는 칼럼에서 “‘독도의 날’ 제정 조례안을 통과시킨 일본 정부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한국과 일본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지난해 아시아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경제가 아니라 지정학적 요인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섹은 이어 “한국과 일본ㆍ중국이 지금 같은 빠른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손을 맞잡아야 한다”며 “그들은 자유무역지대와 유로화 같은 단일 통화를 창설하고, 역내 채권시장을 구축하고, 증시를 연계시키며 표준화된 회계시스템을 채택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이 독도분란을 일으켜 역내 경제협력 구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페섹은 특히 “한국과 일본의 긴장 고조로 자동차ㆍ엔터테인먼트ㆍ여행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한국내 수입자동차 판매 2위를 기록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최근 한ㆍ일간 갈등 고조로 판매가 줄어들고 있으며 지난주 서울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신차 발표회를 취소했다. 일본내 한류열풍도 급격히 식고 있다. ‘겨울연가’는 1조원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거뒀지만 양국간 긴장고조가 한류열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도 중국과 일본의 경제마찰로 확대되면서 동북아시아 역학관계에 불안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제 투자기관인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 아시아ㆍ태평양 수석전략가는 27일(미국 현지시각) ‘중국과 일본-가깝지만 아직도 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일본이 최근 들어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과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과는 정치적 불협화음과 경제적 마찰을 무릅쓰고 영유권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 양국간 우발사고가 날 경우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대 중국 수입비중이 2003년 10.9%에서 지난해 19.3%, 수출비중은 14.4%에서 21.1%로 급증하고 있지만 영유권 분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전문가들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은 그 동안에도 여러 차례 긴장과 협력관계를 반복해왔다”며 “동북아에서 그나마 중계자 역할을 해 오던 한국마저 반일바람에 휘말리면 결국 일본이 더 많은 손실을 입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