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ㆍGS그룹 등 대기업의 연말 인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계의 올 연말 인사 키워드는 '조직의 안정'으로 모아지고 있다. 지난 2~3년간 재계 인사에서 세대교체 등 쇄신 바람이 크게 불었다면 올해는 대기업들이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기존 CEO를 대거 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사 기조는 경기둔화에 대비하기 위한 진용으로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조직과 안정적인 실적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의 연말 정기인사가 잇따라 발표된 가운데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기존 사장을 대거 유임시키거나 부회장 승진인사를 내놓는 등 안정적인 경영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7일 단행한 인사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과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9명의 사장을 전보 발령 하면서 다시 중용했다. 삼성 내부에서 이번 인사는 안정과 함께 혁신을 위한 인사라고 자평할 정도로 과거의 쇄신과 젊은 삼성 만들기와는 다른 기조를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지성 부회장, 권오현 부회장으로 '투톱 체제'를 1년 만에 부활시키면서 세트와 부품의 안정적인 성장에 무게를 실었다. LG전자도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와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에어컨디셔닝&에너지솔루션(AE)사업본부 등 주요 4개 사업부 수장을 대부분 유임시켰다. 아울러 권희원 HE사업본부장을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기존 수장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박종석 MC사업본부장 사장이 스마트폰 사업 실패의 책임을 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자리를 지켰다. '믿고 맡기는' LG 특유의 인사 스타일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GS그룹도 조직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GS는 이번 인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총 49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특히 허창수 그룹 회장의 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사장을 부회장으로 올려 정유영업본부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겸하도록 했다. GS칼텍스의 경우 GS에너지 설립 등 환경변화에 따른 조직체계를 정비하는 가운데도 조직 안정성과 조직운용 효율성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임원인사를 단행한 게 두드러진다. 정기인사를 앞둔 다른 대기업들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ㆍ기아차는 내년 세계 자동차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내년 경영 키워드를 '안정'과 '내실'로 잡은 상태다. 따라서 경영진의 관록과 경험치를 최대한 활용, 사업의 내실을 기하고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연말 인사에서 '깜짝 인사'보다는 인사폭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사장들의 대거 유임이 점쳐지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는 수시인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달 하순 정기인사에서는 부회장과 사장 등 CEO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