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가 103포인트나 폭락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7월8일(1,698.64) 이후 1년 2개월여만에 1,700선이 붕괴됐다. ★관련기사 4ㆍ11면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03.11포인트(5.73%)나 폭락하며 1,697.44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락폭은 2008년 10월16일(126.50)과 올 8월19일(115.70), 2008년 10월24일(110.96)에 이어 역대 네번째로 컸다. 이로써 시가총액도 전날 1,018조원에서 960조원으로 무려 58조원이나 증발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시작부터 60포인트 이상 하락한 채 출발한 후 장 중 한때 낙폭을 50포인트선까지 줄이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날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최근에 보기 힘든 것이었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전날 3,000억원 이상 주식을 팔아치운 데 이어 이날도 6,700억원 이상 물량을 쏟아냈고 선물시장에서도 1조1,000억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며 증시를 압박했다.
이날 우리나라 증시의 낙폭은 다른 아시아 증시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실제 중국은 하락폭은 1%가 채 안됐고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1%~3%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날 국내 증시의 급락에 대해 유럽은행의 뱅크런(자금인출) 우려와 이에 따른 신용위기 확산, 그리고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연구원은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글로벌 공조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유럽각국의 이해관계, 은행 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 등 걸림돌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며 “확고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현재의 불안심리는 유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증시가 본격적인 약세장(베어마켓)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지난 5월이후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10조달러가 증발해 2년만에 완연한 베어마켓에 접어들었다”며 “현재 주식이 싸 보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누구도 이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95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전날보다 13원80전 하락한 1,166원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