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말만 앞선 규제개혁

“총리님 일정이 너무 바쁘셔서…” 지난 4월 18일 고건 국무총리는 날로 치열해지는 무한경쟁시대에 기업들의 활동을 촉진하고 외국인의 투자유치를 높이기 위해 참여정부의 `10대 규제개혁` 과제를 발표했다. 당시 발표문은 3분기까지 기업들의 공장설립ㆍ입지에 대한 규제를 비롯해 외국인 투자촉진 지원제도 등 시급한 5대 분야에 대한 규제를 먼저 완화한 뒤 연말까지 기업준조세 정비 등 나머지 과제들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와 함께 신설되는 규제에 대해서는 규제 존속기한을 설정하고 기한이 도래하면 자동 폐지하는 `규제일몰제`를 적용, 비용이 효과보다 큰 규제는 도입하지 않는 방법으로 규제심사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과제들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다만 고 총리는 지난달 6일 저녁 총리공관에서 경제 5단체장들과 가진 규제개혁 간담회에서 “연말까지 10대 과제들을 모두 해결하겠다”며 지연 사유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규제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만을 다시 피력했다. 당초 계획대로 규제개혁 과제들이 실시되지 않은데 대해 해당 부서 담당자들은 “새로운 규제들이 자꾸 쏟아지다 보니 과거의 규제개혁을 해결하기 위한 10대 과제들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 4월 이후 6개월동안 20건의 규제가 줄어든 반면 134여 건의 규제가 새로 생겨났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엇인가 결과물을 내놓아야 되는데, 대통령 재신임 등 각종 돌출 현안으로 총리님 일정이 많아져 부처 조정이 끝났음에도 발표하지 못한 사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식품안전에 관한 규제개혁중 `학교급식 개선대책`은 발표일정이 잡혔다가 총리의 바쁜 일정으로 당일에 취소되는 해프닝이 세번이나 있었다. 국무총리실의 성격상 부처간 각종 현안들을 조정하다 보면 시간에 떠밀려 당초 계획보다 실행이 늦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정책집행의 우선 순위에 있어 중심을 잡지 못할 경우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더욱 위축될 것이며 기업들은 투자결정을 미룰 수 밖에 없다. 지난달 규제개혁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이 규제개혁에 대해 쏟아낸 가시 돋힌 비판을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다음 달이면 올해가 끝난다. <김민열기자(정치부) my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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