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기업들이 국제유가 하락의 '태풍권'에 들어섰다. 24일(현지시간) 주요 석유업체중 가장 먼저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3위 석유기업인 코노코필립스가 4년만에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다음주 중 엑손모빌과 셰브런 등 세계적 석유기업의 실적이 발표되면 이번 유가하락 태풍의 영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코노코필립스는 지난해 4ㆍ4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3% 떨어진 31억9,700만달러(주당 1.9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월가예상 순이익 주당 1.95달러를 밑도는 것이다. 이 회사의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2년 4ㆍ4분기 이후 4년만이다. 4ㆍ4분기 매출은 374억5,7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무려 41%나 줄었다. 회사측은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난방유 판매가 감소한데다 유가 하락까지 겹쳐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년도인 2005년 4ㆍ4분기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를 입은 직후여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고 글로벌 수요전망도 탄탄했던 이유도 있어 상대적으로 이번 실적이 더 나쁘게 보인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또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정제ㆍ마케팅 마진이 줄어든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했다. 지난 4ㆍ4분기 석유업계의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7.69달러로 전년동기(10.99달러)에 비해 무려 30%나 줄었다. 코노코필립스의 총매출액에서 정제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19%로 엑손모빌(12%)과 셰브런(16%)에 비해 높아 유가하락에 더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코노코필립스의 순익과 매출이 예상 보다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다음달 1일 실적을 발표하는 엑손모빌과 2일 예정인 셰브런 등 다른 메이저 석유업체의 실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가에서는 석유기업들의 4ㆍ4분기 순이익이 전분기에 비해 20~30% 가까이 줄고,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7~37% 감소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월가 증권사인 월스트리트액세스 리처드 피치 애널리스트는 "휘발유 가격의 급락이 코노코필립스의 수익에 타격을 입혔다"면서도 "장래 수익전망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 회사에 대해 기존 '매수'추천을 유지했다. 한편 미국의 전략비축유 확대에 더해 미 동북지방에 한파가 지속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일에 비해 0.06% 오른 배럴당 55.37달러에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