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벤치마크의 유혹


자산운용사에 펀드 성과가 부진한 이유를 물으면 벤치마크가 답변으로 돌아오곤 한다. 절대적인 수익률로 펀드의 성과를 따질 수 있지만 수익이 낮을 경우 비교 대상에 비해 잘했다면 그 격차가 부각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주가지수나 경쟁 상품의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때 특정 펀드가 플러스 수익을 냈다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종목들로 구성된 코스피지수는 흔히 사용되는 벤치마크 중 하나다. 이를테면 코스피지수 상승률에 90%,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10%를 곱한 뒤 이 둘을 더한 지수를 벤치마크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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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증시가 부진할 때 운용사들은 벤치마크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투자자들이 성과가 부진한 이유를 물으면 '코스피는 하락했지만 우리는 플러스 수익을 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말이다.

펀드매니저들이 신이 아닌 이상 항상 좋은 성과를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벤치마크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객의 기대수익을 외면하는 운용사들의 태도를 보면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중소형 운용사 가운데 벤치마크를 무시하는 신선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벤치마크를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는 데 안주하지 않고 고객의 기대수익을 충족하겠다는 신념으로 치열하게 일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숙원사업이 신뢰회복이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융투자업계의 신뢰가 회복되려면 이런 노력을 더 해야 된다. 벤치마크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말이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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