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이 산업은행을 등에 업고 1,800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CBO(P-CBO)를 발행해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P-CBO대책과는 별개로 동양사태 이후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대기업으로 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기업과 채권단이 선제적 위기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7일 금융계와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ㆍ코오롱인더스트리ㆍ코오롱글로벌ㆍ코오롱베니트ㆍ코오롱글로텍 등 코오롱 계열사 5곳은 지난달 산은의 신용공여 및 매입보증을 통해 1,800억원 규모의 P-CBO 발행에 성공했다. 건설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의 실적부진으로 일각에서 제기된 그룹 위기설을 단번에 잠재울 수 있는 희소식인 셈이다. 코오롱글로벌은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주택사업 부진으로 올해 1ㆍ4분기 112억원의 영업손실(건설 부문)에 이어 2ㆍ4분기에도 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코오롱 계열사 5곳이 풀(pool)을 만들어 발행한 1,8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에 산은이 대출과 신용보강을 해줬다"면서 "이를 통해 코오롱 계열사들이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조달했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계열사 5곳이 발행한 사모사채 1,800억원 중 650억원은 산은에 담보로 제공한 후 대출(ABLㆍ자산담보부대출)을 받았다. 1,100억원은 산은의 매입보증 등 신용보강을 통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 시장에 내다 팔았다. 나머지 50억원은 후순위채로 그룹이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코오롱이 이번 P-CBO 발행 성공으로 동양사태 이후 번지고 있는 대기업 위기 설에서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 최근 건설사 회사채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우량 계열사와 산은의 보증으로 코오롱글로벌이 자금조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만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미국이 듀폰과 섬유소재 분야의 특허권 침해 여부를 놓고 1조원대의 소송을 벌이는 것이 잠재적 재무위험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 관계자는 "이번 지원은 정부의 P-CBO대책과 관계 없이 채권단과 기업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선제적으로 재무위험에 미리 대비하는 차원"이라면서 "동양 리스크가 코오롱그룹으로 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재계순위 32위인 코오롱은 화학ㆍ아웃도어 사업을 하는 코오롱인더가 주력 계열사이며 지난해 말 기준 총매출 10조5,000억원, 총자산 9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제1금융권 여신은 5월 말 기준 2조8,000억원으로 산은이 이 가운데 가장 많은 3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