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이 '공공의 적' 입니까"

[경제 살리려면 기업을 살려라] <상> 글로벌 경쟁력 발목잡기 그만<br>세무조사에 기업인 무더기 국감증인 채택등<br>정치권·시민단체 전방위 압박 갈수록 강화<br>"국민정서 편승 기업 옥죄기 더이상 말아야"

"기업이 '공공의 적' 입니까" [경제 살리려면 기업을 살려라] 글로벌 경쟁력 발목잡기 그만세무조사에 기업인 무더기 국감증인 채택등정치권·시민단체 전방위 압박 갈수록 강화"국민정서 편승 기업 옥죄기 더이상 말아야" 문성진 기자 hnsj@sed.co.kr 관련기사 • 경영환경 벼랑끝… 투자의욕 상실 • "反기업·反삼성 정서는 2만弗 넘기위한 진통" "기업인들이 '공공의 적'이란 말입니까. 이래서야 무슨 힘으로 해외사업을 하겠습니까." (A기업 B사장) 포스코ㆍ현대차는 세무조사, 삼성ㆍ한화는 국정감사, 두산은 검찰수사…. 기업활동을 둘러싼 국가 공권력의 전방위 압박이 심상찮다. 개천절 연휴를 보내는 동안에도 경영현장에서 기업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국가 외환위기 당시만큼이나 절절했다. 인천 소재 중소 철강사의 한 임원 역시 "최근 들어 세무조사와 공정위의 조사 등 여러 각도로 정부가 기업을 압박하는 분위기를 느낀다"면서 "언제 갑작스러운 이슈가 튀어나올지 몰라 그저 여론과 정부의 움직임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불만은 더욱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은 "잘 나가는 기업들을 두들겨서 정부가 얻을 게 무엇이냐"며 "정부가 권위를 세우는 데 너무 매달리지 말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살리는 데 보다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기업이나 기업인들은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 전경련의 한 고위관계자는 "X파일ㆍ두산사건이 연거푸 터졌을 때만 해도 자업자득 측면도 있으니까 깊이 반성하면 여론이 기업 편으로 돌아설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오히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경쟁적으로 기업 두들기기에 앞장서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X파일 문제는 실정법상 불법도청이 문제이지 도청 내용이 문제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이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만들고 기업도 이 기준 안에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나 NGO들이 국민의 정서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같은 요구가 법적 기준이나 원칙의 범주를 넘어서면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여론의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경제활동 후유증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업종마다 1위 기업이 있다는데 (삼성을 보면서) 다들 나도 1위가 되면 저런 일을 당할 것이라는 불안을 느낀다"며 "이렇게 기업인들이 독과점, 시장점유율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건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기업들이 걱정하는 것은 '국민정서 편승→기업 두들기기→글로벌 경쟁력 약화'의 악순환이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근 기업인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대거 참석시키려는 것은 기업경쟁력 차원을 넘어 국가경쟁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느끼는 사회와의 괴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자원도 자본도 없던 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들과 맞설 수 있었던 것은 국민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 덕분"이라며 "하지만 최근 사회 전반에 확산된 반기업 기류를 보면서 더 이상 정부나 국민의 응원을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들이 저지른 과오나 실수를 법과 제도의 테두리에서 처벌하고 응징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대통령까지 특정 기업을 겨냥해 '국민의 정서를 존중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현행 법이나 제도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책무를 기업에 부과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깨끗이 닦으라는 요구'와 '완벽하게 닦으라는 요구'는 당하는 입장에서는 차원이 다르다. 실정법 아닌 정서법으로 기업을 옥죄는 잣대를 만든다면 그에 맞춰갈 기업은 현실세계에서 없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소감에는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기업인들의 비원이 담겨 있다. "기업 경영을 하다 보면 약간의 실수나 잘못도 있을 수 있다. 경쟁력을 위해서는 감싸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입력시간 : 2005/10/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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