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장기 세제개혁 물건너 가나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에 출석해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을 올해 안에는 확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부총리는 이어 “올해는 일몰이 도래하는 55개 각종 비과세ㆍ감면을 축소하는 입법에 주력하겠다”고 언급해 최소한의 세제개편에 그칠 것임을 예고했다. 소비자 체감경기가 급격하게 악화되고 하반기 경기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어서 정부가 중장기 조세개혁을 미루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지금까지 참여정부의 조세개혁 방안은 실제로는 증세에 중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중장기 조세개혁을 내년으로 미루는 것은 사실상 조세개혁이 물 건너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새해를 맞아 새로 세수 기반을 늘려나가거나 비과세를 폐지해 국민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세수확보 측면에서는 갈수록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당장 올해도 이미 예산을 달러당 1,010원의 환율로 편성한데다 지속적인 유가상승으로 소비 관련 세수 등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또다시 재정적자로 국채를 발행해야 할 소지가 높은 셈이다. 반면 앞으로 정부가 지출해야 할 재정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비롯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나 호남고속철도 착공 등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사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결국 중장기 조세개혁이 사실상 무산된 지금 시점에서 정부는 우선 합리적인 세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불요불급한 정부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경직성 예산에 낭비요인이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속적인 세원 발굴을 위해 세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특히 고소득 자영업자의 정확한 소득파악과 탈세방지 등 세정 차원의 대책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가 출범 후 첫해부터 벼르던 중장기 조세개혁을 마무리하지 못함에 따라 조세형평성 제고는 물론 중장기 재정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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