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사고로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코레일이 KTX의 운임체계를 개편할 계획이어서 요금 인상 여부가 주목된다. 코레일은 올해 요금 인상 계획을 정부의 상반기 물가 상승 억제 방침에 따라 잠정 중단하고 있어 하반기 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1일 코레일에 따르면 한국교통연구원의 용역으로 최근 KTX 정차역 수에 따른 요금 차등화 방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거리비례 방식으로 정해진 운임체계를 정차역 수, 즉 운행시간에 따라 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KTX로 서울에서 부산을 갈 때의 요금은 동일하게 책정돼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신선 기준) 무정차로 달리는 열차(2시간8분 소요)나 중간에 6개 역에 정차하는 열차(2시간39분 소요)나 운임이 동일하다. 차이는 동대구~부산 구간을 지난해 말 2단계 개통한 신선과 기존 밀양ㆍ구포를 경유하는 구선을 이용할 때 발생할 뿐이다. 새로 깔린 철로를 이용할 경우 운행시간이 다소 줄어들고 이에 따라 요금이 소폭 인상됐지만 엄밀히 말하면 신선의 운행거리가 늘어나 요금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코레일은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경우 상대적으로 더 비싼 요금을 책정할 계획이다. 교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같은 거리를 갈 때 누구는 빨리 가고 누구는 늦게 가는데 같은 비용을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은 요금인상 여부다. 가뜩이나 사고가 이어지면서 이용객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시기에 요금이 오른다면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현재 수준을 어떻게 할지 검토하고 있으나 정차역 수에 따라 현재 요금을 기준으로 올릴지, 내릴지 아직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를 담당한 교통연구원의 한 책임자는 "코레일이 요금체계를 달리해 수익을 보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연구 결과도 전체적으로 공사 수입이 늘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 책임자에 따르면 최단 시간으로 운행하는 열차를 기준으로 시간이 더 걸리는 열차의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안이 유력하며 요금 체계는 2~3개 정도로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은 올해 철도운임 8% 인상안을 계획했으나 물가인상률을 감안할 때 정부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보고 검토를 잠정 중단했지만 하반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시기가 오면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하반기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코레일은 자체적으로 운임을 조정할 수 있으나 사실상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공공요금 인상에 관여하는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 지난 2006년 KTX 운임을 올릴 당시에도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정부의 지적에 따라 2007년과 나눠 2단계로 인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