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흑백의 진실’ 파문

“이제야 나는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 17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콜럼비아의 한 기자회견장에서 78세의 흑인 혼혈 할머니 에시 매 워싱턴 윌리엄스가 평생을 두고 가슴에 묻어온 백인 아버지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흑인들에게 백인 핏줄의 흔적이 발견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고백한 백인 아버지가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로 꼽히는 스트롬 서몬드 전 상원의원이라는 사실에 미국인들은 다시 충격을 받고 있다.6월 100세의 나이로 숨진 서몬드 의원은 1월5일 은퇴할 때까지 8선에 성공, 48년 동안 미 역사상 최장기 상원의원을 역임한 미 회의의 증인이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 시절 인 48년에는 인종차별정책을 옹호하는 정강을 내세우며 대선에 출마하는 등 인종 통합에 반대한 것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가 22살 때 에지필드의 최대유지 서몬드가에서 청소를 하던 당시 16세의 흑인 하녀를 임신시켜 난 사생아가 바로 윌리엄스 할머니다. 워싱턴 정가에서 그녀는 서몬드의 `친구`로 통했다. 서몬드 의원실은 20여전 전부터 그녀가 서몬드의 딸일 가능성을 제기해온 언론을 그렇게 따돌렸다. 하지만 서몬드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그녀를 딸로 인정하고 경제적인 지원을 해왔다고 윌리엄스는 증언했다. 좀 더 일찍 공개했더라면 인권법 통과를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라는 흑인 사회의 비판을 뒤로 하고 윌리엄스는 “아버지는 나에게 좋은 분이었기 때문에 그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의 고백 한 켠으로 유산을 탐낸 자녀들의 충동질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그녀는 “내 자손들은 그들의 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응당 알아야 할 자격이 있다”며 유산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