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개최한 1.5트랙(반관반민) 형식의 ‘6자회담 10주년 기념 국제 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대화에 전제 조건을 다는 것은 불신을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화가 재개되기도 전에 우리보고 먼저 움직이라는 것은 9.19 공동성명 합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 부당한 요구”라며 “우리는 누차 천명한 대로 대화 재개를 지지하고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지만 절대로 구걸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상의 이런 언급은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이 6자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이 먼저 ‘2.29합의+알파(α)’ 수준의 높은 비핵화 의지를 먼저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다만 김 부상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고자 한다는 뜻을 비교적 강한 어조로 드러냈다.
그는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유훈이고 우리 공화국의 정책적 목표”라며 “우리는 6자회담을 지지하고 있고 6자회담이든 그 틀 안에서의 보다 작은 규모의 대화이든 현실에 구애되지 않고 대화에 나갈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상은 “우리는 6자회담 쪽배를 다시 출항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먼저 와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다른 참가국들도 늦기 전에 이쪽 배를 타기 바란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 부상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려면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등의 다른 문제도 동시에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상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우리만의 노력으로 실현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그 하나만 추구한다고 해서 실현될 문제도 아니다”라며 “조선반도 비핵화가 실현되자면 9.19 공동성명의 각 목표를 균형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진하다는 격언처럼 강한 조명이 우리 핵 포기에만 집중되다보니 9.19 공동성명의 다른 목표는 진한 그림자 속에 파묻혔다”고 6자회담 좌초의 배경을 분석했다.
이날 김 부상은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용어를 여러 차례 써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