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 원인과 전망/동남아 증시와 연계 한·홍콩 비중 낮아져 정부 안정의지 중요/통화 신용 부문 취약 외국인 한도확대시 1조원 유입가능/구조조정기 이용 기업 경쟁력 키워야 주가 추가하락 없을듯/한국경제 “구조조정중” 장기적으론 회복세/주가 660선 바닥… 경기 관련주 매수를기아사태 이후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되고 달러대비 원화환율이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량 매도에 나서면서 멕시코나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와 금융위기가 한국에서도 발생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지난 28일부터 매도물량을 늘려 1주일만에 1천억원이상의 주식을 팔았다. 달러대비 원화환율이 9백원선을 돌파하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기아사태로 촉발된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책과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를 발표한 이후에도 환율, 금리, 주가 등은 안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위기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증권업계에 오래 몸담아 온 박정인 한국투자신탁 상무, 황건호 대우증권 상무, 조병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 등 증권전문가들을 초청, 긴급 좌담회를 열어 주가급락의 원인과 대책, 금융시장의 안정방안 등을 조망해보았다. 좌담회 사회는 조이사가 맡았다.
□참석자
황건호 대우증권 상무
박정인 한국투자신탁 상무
조병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
▲조병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종합주가지수가 지난달 28일 이후 일주일 넘게 급락하고 있습니다. 기아사태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증시를 강타하고 있는데요. 외국인 투자가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것이 지수하락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번 증시폭락의 원인을 진단해보죠.
▲박정인 한국투자신탁 상무=말씀하신대로 기아사태가 몰고온 자금시장의 경색이 본격적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 난기류가 형성되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신용도가 하락하고 해외자금 조달에 여려움을 겪으면서 외환불안이 가중됐습니다. 결국 달러대비 원화환율이 9백선을 넘어섰고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가들이 일시에 주식을 팔게 된 것이지요.
▲황건호 대우증권 상무=이번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외국인들이 최근 1주일간 1천억원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도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 18조7천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중요한 투자세력입니다.
국내 증시가 어려울 때마다 정부는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를 통해 위기를 넘기곤 했습니다. 올초 한보사태가 발생한 직후부터 4월까지 외국인들은 4천2백억원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이번에도 기아사태의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들이 적극 매도에 나서고 있습니다.
▲박=이번 외국인 매도는 동남아시아 증시상황과 맞물려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시장이 폭락세를 나타내면서 영미계 대형 투자펀드들이 투자비중을 낮추기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시장의 유동성이 떨어지면서 당장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못하자 아시아투자 비중을 낮추기 위해 홍콩, 한국시장의 비중을 대신 낮추고 있습니다.
최근 34일간 외국인 매도성향을 분석해보면 급매물의 60∼70%정도는 소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외국인의 매도세는 이번주를 고비로 진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추석이 지나야 증시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황=태국, 인도네시아의 환율폭등, 주가하락은 우리의 상황보다 더욱 심각합니다. 이들 국가는 주식시장, 자금시장이 외국인에게 1백% 개방돼 있는 반면 외환시장이 낙후돼 있어 국제적인 투기세력의 표적이 될 수 있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싱가폴, 홍콩, 한국 등도 동남아시아 국가의 외환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증시 폭락의 도화선이 외국인 매도일 수는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경제의 취약성에 있습니다. 94, 95년 호황기를 거치면서 국내 기업들이 산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결국 중견 대기업들의 연쇄 부도라는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국제적인 경기호황이 수그러들면서 국내 경제도 어려움을 겪게 됐고 경제전반의 구조조정이 절실하게 됐습니다.
구조조정의 아픔은 미국, 일본도 경험했던 것입니다. 구조조정기를 이용해 자체 기술개발, 기업 경쟁력 강화, 재무구조 개선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박=이번 증시 폭락에는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투, 대투 등 국내 양대 투신사가 보유주식의 평가손을 반영함에 따라 이들 주식이 언제든지 매물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이는 기우에 불과합니다.
투신사들은 당분간 매수우위 전략을 취할 것입니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우량주, 장외프리미엄이 있는 종목을 사고 반면 한계기업들을 매도하는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할 것입니다. 우리 경제의 펀더맨탈한 부분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물론 구조조정의 과정이 길고 지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경제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황=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번 증시폭락은 근본적으로 실물경제에서 출발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것은 통화신용부문에 있습니다. 국내 실물경제 지표들, 즉 무역수지, 경상수지, GDP성장률 등은 분명히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아사태이후 금융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자금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입니다. 통화신용부문의 문제가 노출되면서 환율도 급등세를 나타낸 것입니다.
▲조=외국인들은 한도확대 직전에 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0월초 외국인 한도확대시 자금유입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황=5월 한도확대시에도 1조1천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평균적으로 외국인 한도확대시 유입되는 자금 규모는 1조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도확대시에도 비슷한 규모의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외국인이라고 무조건 주식을 파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아권에서 대형 투자펀드들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곳은 홍콩, 한국밖에 없습니다. 핵심 우량주 10여종목은 한도확대 당일날 한도가 소진될 것입니다.
외국인들의 한국비중 축소가 동남아시아 시장의 환금성 부족에 따른 것이므로 줄인만큼 유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황=헤지펀드를 비롯한 단기 펀드들이 매물이 내놓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 저력을 인정하는 펀드들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 증시가 「쁠 때마다 한도확대를 했는데 그때마다 외국인들은 한국주식을 사들였습니다.
▲박=그런 의미에서 9월 증시동향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선 무역수지가 9월달에 흑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사채 발행 신청물량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것이 바로 금리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자금시장의 안정입니다. 기아의 부도유예협약 만료가 오는 29일로 다가오기 때문에 그이전까지 해결의 실마리가 잡혀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증시 수요를 진작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투자심리 안정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조=주가는 바닥권에 왔다고 봅니다. 기술적 분석과 수급상황을 고려할 때 종합주가지수 6백606백80선이 바닥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가지수가 회복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더이상 하락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투자심리 회복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중에 한국통신 상장 보류, 배당소득 분리과세, 이중과세 방지협약, 근로자 주식저축 기간연장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안정의지 표명이 중요합니다.
▲조=증시가 급락할 때 일수록 심리적 요인이 중요합니다. 일반인들이 취할 수 있는 투자전략은 어떤 것이 있을 까요.
▲황=심리적 안정과 실질적 수요진작을 위해 정부는 외국인 한도확대폭을 3%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위기관리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요.
▲박=증시 시황을 단기적으로 파악하면 쉽게 비관적이 될 수 있습니다. 경기상황이 꾸준히 호전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에서 경기관련 우량주를 매수해야할 때입니다. 한도확대 관련주에도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국내 주식을 사는 외국인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조=재무위험이 낮고 경쟁력이 있는 우량 제조주, 환율 수혜주, 반기실적이 우수한 기업, 기업 리스트럭처링(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기업 등을 주목해야 합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정리=정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