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이 달라진다] 손보상품 '파격변신' 판도 바뀐다

8월 車보험료 전면자유화 실시와 함께신설社·외국계업체도 잇따라 시장진출 손해보험업계의 변화는 생보업계보다도 훨씬 파격적이다. 보험상품이 손보사들의 체질은 물론 업계의 판도까지 바꿔놓을 판이다. 손보사의 핵심 상품인 자동차보험의 가격이 지난 8월 전면 자유화돼 새로운 상품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약속된 '룰'속에서 경쟁했던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 가격 자유화에 따라 일부는 이 시장에서의 확고한 입지 구축을 위해, 또 일부는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새롭게 자동차보험시장에 뛰어든 신설사도 있고 세계적인 보험그룹까지 도전장을 던진 상태. 손보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소비자들은 자동차보험 가격자유화로 상품 선택에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게 됐다. 가계 지출과 직결되는 자동차보험료가 회사별로 수십만원씩 차이가 난다면 예전처럼 '안면'에만 의존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 또 보험사들이 가격 경쟁에 이어 서비스 부문으로까지 경쟁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자동차보험 선택 요령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 특정계층 중심 치열한 가격 경쟁 자동차보험료는 올해 초 승합차를 시작으로 지난 8월 개인용 승용차까지 완전 자유화됐다. 자동차보험료가 자유화된다는 것은 지금까지 똑 같은 손해율(자동차보험료중 보험금으로 지급된 비율)을 기초로 보험료를 산출하던 것을 각 사별 자료를 이용해 보험료를 책정한다는 것. 결국 이는 보험료 책정에 각 보험사의 영업전략이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가격자유화 이후 손보사들은 자사의 주 공략 대상에 대해서는 손해를 입지 않는 범위내에서 보험료를 가급적 인하하고 그밖의 대상에는 보험료를 그대로 두거나 다소 인상했다. 가장 경쟁이 불붙고 있는 대상은 자동차보험 최초 가입자와 2,3년차 운전자. 처음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들을 단골로 만들어야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최초 가입자의 가격자유화 전후 보험료를 비교하면 최고 90만원까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똑 같은 조건으로 회사별 보험료를 비교해도 10여만원 안팎의 격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참조 자유화 직후 가격을 비교적 높게 책정한 일부 손보사들이 가격을 추가 인하하는 등 재조정하고 있지만 일부 계층에서는 여전히 회사별 보험료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 교보자동차보험 등 기존사 위협 이런 가운데 자동차보험시장에 신규 진출하는 곳이 늘고 있어 기존 손보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떠오른 곳이 지난 8일 영업을 개시한 '교보자동차보험㈜'. 당초 이스라엘 직접판매 전문보험사인 IDI가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설립하려 했던 자동차단종보험사였으나 IDI가 투자계획을 철회하면서 자동차보험시장 진출을 노리던 교보생명이 인수한 것. 교보자동차보험은 텔레마케팅과 인터넷 등 직접 판매만으로 사업비를 줄여 현재 손보사들이 팔고 있는 자동차보험보다 15%나 싼 상품을 팔고 있다. 더욱이 교보자동차보험은 '교보'라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있기 때문에 기존 손보사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장 자동차보험을 취급할 계획은 없지만 손보사 설립 예비인가를 받은 알리안츠화재도 '다크 호스'로 주목 받고 있다. 또 손보업계에는 이제껏 이렇다 할 영업을 한 외국계 손보사가 없었기 때문에 알리안츠의 출현에 손보사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또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대한, 국제, 리젠트화재도 매각이 완료돼 정상적인 영업에 복귀할 경우 교보자동차보험과 같은 직접 판매 방식의 손보사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리젠트화재의 경우 퇴출 이전에도 직접판매를 위주로 자동차보험을 팔았으며 대한, 국제화재는 매각과정에서 영업조직이 사실상 해체된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선택, 틈새시장을 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소비자 다양한 상품 선택 가능 가격자유화와 함께 시작된 업계의 가격 경쟁은 최근 들어 진정된 상태지만 자동차 단종보험사의 출현으로 다시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신설사는 영업초기 시장에서의 입지 구축을 위해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저가 정책을 고수할 것이고 이에 맞서 기존 손보사들도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보험료 추가 인하라는 강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근의 이런 보험업계의 변화로 값싸고 품질 좋은 자동차보험을 '골라서'선택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일부 손보사의 가격 재조정은 즉시 전업계로 확산되고 자동차보험과 관련돼 새로운 서비스 등장하면 이것 역시 다른 손보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손보사간의 경쟁이 자칫 업계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올해 초 대한, 국제, 리젠트화재가 퇴출된 것을 손보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의 시작'으로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손보사 관계자들은 "중소형사의 경우 생존 차원에서 상품을 단일화 하거나 판매방식을 직접판매로 전환하는 것, 또 영업 대상 지역을 축소하는 등의 전략을 선택해 대형사와는 다른 손보사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박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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