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박승환 환경공단 이사장

환경규제는 제약 아닌 시장창출 기회… 기업 인식 달라져야



최근 활발한 하수슬러지 사업… 내년 해양투기 전면 금지 땐 환경산업 핵심시장으로 부상
산업계 반대 만만치 않았지만 탄소배출권 거래제 적극 도입… 국제사회에 긍정적 여론 불러
중남미 폐기물플랜트 진출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집중 육성… 글로벌 환경기관으로 키울 것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루면서도 치명적인 환경파괴는 최소화시킨 국가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성장을 추구하는 후발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경험을 공유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죠."


오랜 기간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가치로 여겨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 문제가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현상이며 더 우선하는 가치를 하나만 택해야 한다고 믿었다.

변화가 생긴 것은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가능성의 손실 없이 현 세대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개발'을 의미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많은 이들로부터 동의를 얻으면서부터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성장과 환경의 균형점을 찾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현 정권 들어 녹색성장이라는 의제를 설정하며 이른바 '그린이코노미'의 중심에 섰다.

박승환(55ㆍ사진) 이사장은 바로 이 녹색성장의 선봉에 서 있는 한국환경공단의 초대 수장이다. 옛 한국환경자원공사와 환경관리공단이 통합돼 지난 2010년에 출범한 공단을 2년10개월간 이끌며 녹색성장의 초석을 다져왔다. 박 이사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의미, 녹색성장의 미래와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환경공단은 그야말로 환경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다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경과 관련된 사업을 따라가다 보면 종착지에는 어김없이 환경공단이 나온다. 소각로 설치, 하수처리장 구축 등 폐기물 처리와 자원순환을 목표로 하는 고전적 역할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석면ㆍ환경호르몬ㆍ새집증후군 등 유해환경물질로부터 위협 받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환경보건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박 이사장은 "너무 많은 사업을 다루다 보니 백화점식 구성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모든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환경친화적 국가 발전이고, 결국은 어느 하나 허투루 여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좀 더 역량을 기울이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박 이사장은 임기 중 환경공단을 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환경전문기관'으로 키우는 데 역점을 뒀다. 국내 환경산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공단의 전문성과 역량에 대한 신뢰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국 정부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공단은 지난 2년10개월간 정부 간 협력관계의 바탕이 되는 양해각서(MOU)를 21건 체결하기도 했다.

실질적인 사업수행을 위해 중점 육성한 부문은 신재생에너지, 그중에서도 폐기물 플랜트 분야다. 과거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식으로 처리했던 생활쓰레기를 RDF(Refuse Derived Fuel)라는 고형연료로 바꾸거나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이 숙성될 때 생성되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폐기물 처리와 전력 생산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인 셈이다.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폐기물과 에너지 문제 해결의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이 폐기물 플랜트입니다. 특히 메탄가스를 이용한 바이오매스 발전은 투자비용 대비 효율이 높아 신재생에너지의 선두주자로 꼽히죠. 필리핀 북사마르주, 중국 지린성 등과 올해 맺은 MOU들이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 시설 설치에 관한 것이었다는 사실만 봐도 명백하죠."

특히 4월 멕시코 할리스코주와 체결한 폐기물 파워플랜트 건설산업은 의미 있는 발자취로 꼽힌다. 총 시설용량이 일일 2,000톤 규모인 폐기물 파워플랜트를 오는 2022년까지 5차에 걸쳐 지어 약 6,000억달러의 부가가치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초의 중남미 폐기물 환경플랜트 사업 진출로 국내에서 축적된 경험과 뛰어난 기술을 소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물론 세계 환경산업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현재 세계 환경산업 시장은 프랑스 등 서구 유럽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상황.

박 이사장은 우리의 환경산업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물론 기업들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점차 엄격해지고 있는 환경규제는 제약이 아닌 기회"라고 조언한다.

"환경 시장은 법과 규제에 의해 창출되는 시장이라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새로운 규제와 함께 시장이 커지고 성장과정에서 정부의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인 대표적 공공재 사업인 셈이죠"

그는 일례로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는 하수 슬러지(찌꺼기) 처리 사업을 들었다.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막기 위해 런던협약이 발효된 후 바다에 버리면 안 되는 투기물의 범위는 방사능폐기물ㆍ산업폐기물 등으로 점차 강화돼왔습니다. 급기야 내년부터는 하수 슬러지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군산과 포항ㆍ울산앞바다 등에서 하수 슬러지를 버리고 있습니다.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배출하고 있는 68%가량의 슬러지 양을 0%로 떨어뜨리기 위한 환경기술이 필요해지고 그에 따른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죠. 여기다 폐기물을 이용한 발전플랜트 등의 기술이 접목되면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환경산업의 핵심 시장이 열리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탄소배출권 시장에 빨리 뛰어들 필요가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온실가스 의무감축 국가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탄소배출권거래제와 목표관리제 등을 통해 스스로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에 비해 3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의무적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아시아 국가는 우리나라가 최초인 셈. 공단의 역할은 공평하고 일관성 있는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엄격한 측정ㆍ보고ㆍ검증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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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산업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감축 의무가 있는 일본 같은 국가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왜 우리만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축소시키냐는 비판이 나왔다.

박 이사장은 "물론 산업계의 불만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우리가 거두는 유무형의 효과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설명한다.

"최근 해외에서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져가고 있지만 해외공장이 있는 몇몇 개도국에서 반한(反韓)감정이 짙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이런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우리의 선제적 노력은 국제사회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변화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자유무역협정(FTA) 경제 체제가 주류가 되면서 각국 간 관세장벽은 많이 없어졌지만 대신 새로 생겨나고 있는 게 바로 환경장벽입니다. 많은 선진국들이 이미 제품 수입시 에너지 사용량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자원순환의 여부 등을 따져보고 있죠. 앞서가는 부담이 있겠지만 결국 무역 및 경제적인 혜택으로 돌아올 겁니다."

그는 기업들의 도움과 함께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며, 특히 폐기물 플랜트에 관한 관심을 촉구했다.

"세계적으로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중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꼽히는 게 바로 폐기물 파워플랜트입니다. 다른 신재생에너지들은 초기투자비와 관리비가 너무 많이 들어 정부의 보조금 없이 자생하기는 어려운 반면 폐기물 플랜트, 특히 바이오매스는 비용 대비 생산량이 월등합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80%가 폐기물을 통한 발전임을 봐도 중요성이 뚜렷하죠. 독일 등 선진국 역시 폐기물 플랜트를 에너지 생산 목표치의 15%로 올려 장기 투자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막상 우리나라는 아직 태양광이나 풍력 등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는 환경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일반 공학이나 기술과 달리 환경기술에는 평가기준이라는 게 있기에 무작정 기술을 개발한다고 상용화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해외 발주처 대부분이 일정 규모 이상 시설에 적용한 실제 운영실적을 요구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죠. 환경기술 개발을 위해 매진하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급선무입니다."






법률가서 국회의원·CEO로… "어떤 일이든 지금 하는 게 가장 즐거워"

■ 박승환 이사장은

김경미기자

법률가, 교수, 국회의원, 최고경영자(CEO)…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의 약력은 화려하다. 다른 사람들은 하나도 얻기 힘든 직함을 몇 개씩이나 달았다. 어떤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들까. 그의 대답은 "어떤 일이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즐겁다"는 것이다.

"변호사 시절은 꿈꿔왔던 일을 펼칠 수 있었던 보람 있는 시기였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역시 젊은 친구들과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즐거웠습니다. 국회의원 시절은 국정을 운영하며 거시적 관점을 키울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죠."

박 이사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올해 5월 있었던 공단법 개정을 꼽는다. 법 개정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관련 사업을 공단 설립 목적에 추가할 수 있었다.

그는 "법 개정은 생각보다 긴 절차와 시간,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 법과 의정활동에 대한 경험이 있다 보니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며 "그간의 경험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웃었다.

물론 아쉬움도 남았다.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온 그이지만 2,000여명의 직원들을 이끄는 수장의 역할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토로한다. 특히 환경공단으로 통합된 두 기관은 급여ㆍ직급체계ㆍ조직문화 등이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당시 통합했던 공기업 가운데 두 기관 간 임금격차가 가장 컸던 기관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는 "한쪽은 기술자 등 전문인력이 많았고 한쪽은 관리인이나 실무진 등으로만 구성돼 있었다"며 "워낙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났는데 이제부터는 하나의 업무를 함께 진행하라니 노노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박 이사장은 공단 내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직원들과의 소통에 주력했다. 20%나 차이가 나던 임금격차를 5% 수준으로 줄였다. 노력이 직원들에게 닿았던 것일까. 노조 통합은 아직 못 이뤘지만 단일 교섭단체가 만들어져 창구 단일화를 하는 데 성공했다.

박 이사장은 "아직 조직이 완벽한 화학적 결합을 이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면서도 "하나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직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으니 시간이 갈수록 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약력

▦1957년 부산 ▦부산 동래고 ▦부산대 법학과 ▦제27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7기) ▦미 위스콘신주립대 로스쿨 MLI 과정 석사 ▦뉴욕주 변호사 자격 취득 ▦2001~2003년 부산외국어대 겸임 교수 ▦2003~2004년 해양수산부ㆍ부산대ㆍ한국해양대 고문변호사 ▦17대 국회의원(부산 금정) ▦2006~2008년 한나라당 제4정책조정위원장 ▦2008~2009년 부국환경포럼 대표 ▦2010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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