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10월 6일] 원자바오가 '정치개혁' 부르짖는 까닭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연일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있다. 지난 8월20일 개혁개방 30주년을 맞아 선전에서 시작된 정치개혁 발언은 톈진 다보스포럼, 뉴욕 유엔총회, 국경절 연설 등으로 이어지며 국내외에서 6주간 7차례나 계속됐다. "정치개혁을 보장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모두 잃을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인민들의 열망과 욕구는 억누를 수 없는 것이다" 등 파격적이고 선동적인 개혁 주창이 거침없이 쏟아지고있다. 원 총리의 말을 액면 그대로 본다면 법 위에 군림하는 공산당 일당 체제에서 벗어나 다당제를 구현하고 입법ㆍ행정ㆍ사법부 간 견제와 균형이 존재하는 서구식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불러일으킬 법도 하다. 하지만 원 총리는 정작 정치개혁을 위해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사실 중국의 정치개혁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후진타오 주석의 2기 임기가 시작된 2007년 17차 당대회 때부터 중국은 법에 따른 민주선거 등 정치개혁을 표방했지만 언제부터, 어떤 수준으로 인민의 참정권을 확대해나갈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민주화 외침은 구체적 정치개혁보다는 당과 관료의 만연한 부패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부의 고삐 풀린 권력 남용과 부패를 이대로 뒀다가는 인민과의 호흡이 끊기면서 일당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지난 30년간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과 고속 경제성장이라는 절대명제 아래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그 과실이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국영기업과 이들과 결탁한 당정 인사 등 소수에게만 돌아갔다는 불만이 중국 사회에 퍼져 있다. 오히려 중국이 기술혁신 등 경제성장의 질적 전환에 나서면서 뿌리 깊히 박힌 당정과 기업 간의 결탁, 부정부패 등이 지속성장의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 등 인민들의 소득분배 욕구와 맞물리면서 공산당은 체제개혁의 도전을 받고있다. 원 총리의 이번 개혁발언도 서구식 민주주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오는 15일 열리는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를 앞두고 당과 관료 내부의 민주개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에서 10년 넘게 비즈니스컨설팅을 해 한 지인은 "모 외자기업이 중국 정부 관련기업과 합작으로 3000만위안을 투자했다가 사기에 걸려 자본금을 모두 손해 봤다"며 "해당 기업은 정부에 민원을 내고 소송도 생각했지만 상대편의 뒤에 당의 비호세력이 있다는 말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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