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 신제품 아이폰4S의 판매금지에 나서는 것은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전면전을 치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애플은 지난 4월 미국에서 갤럭시S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아이폰의 디자인을 침해했다며 삼성을 상대로 특허공세를 시작했다. 이어 호주ㆍ독일ㆍ네덜란드ㆍ한국 등 주요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삼성전자를 압박해왔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은 전세계 9개국 12개 법원에서 20여건의 소송을 치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우선 유럽에서 아이폰4S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유럽 법원이 심리에서 판결에 이르는 절차가 빠른데다 한국과 미국은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와 별도로 미국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제무역위원회(ITC)에도 아이폰4S의 미국 내 수입금지를 요청하기로 방침을 잡았다.
관건은 법원이 삼성전자의 특허권을 얼마나 인정해주느냐다. 애플이 주장하는 특허는 일반특허에 속하는 디자인특허인 반면 삼성전자의 통신특허는 표준특허로 분류돼 최종 판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공세에 맞춰 꾸준히 준비해온 만큼 예상보다 일찍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5일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하면 이에 대응할 것임을 미리 예고해왔다"며 "아이폰4S가 삼성전자의 통신특허를 침해했다는 데 내부 검토를 마쳤다"고 말했다.
최도연 LIG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특허소송에 나설 경우 애플과 경쟁 가능한 업체는 삼성전자뿐이라는 인식이 소비자에게 각인돼 삼성전자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애플의 무차별적인 특허공세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미 애플의 손을 들어준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태블릿PC 갤럭시탭10.1과 스마트폰 갤럭시S2의 판매 및 홍보가 금지됐고 호주에서도 법원의 권고로 갤럭시탭10.1의 판로가 막혔다. 지난달 초 독일에서 열린 'IFA 2011' 전시회에서는 애플의 전격적인 소송으로 태블릿PC 신제품인 갤럭시탭7.7을 하루 만에 전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