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명사골프엿보기] '골프 삼락(三樂)'

[명사골프엿보기] '골프 삼락(三樂)' 인생을 뒤돌아 볼 만한 나이에 이른 선배 골퍼들 중에서는 초보골퍼나 아직 승부욕에 불타는 연부역강(年富力强)한 골퍼들에게 흔히 골프에는 세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점잖게 타이르는 일이 많다. 첫째는 운동으로서의 골프 자체가 매우 재미있으니 이를 즐김이요, 둘째는 운동 중간중간에 그늘집에서 잠깐 쉬면서 동반자들과 담소를 나누며 먹는 음식 맛이 그만이라는 것이며, 셋째는 운동 후 기분 좋을 정도로 약간 노곤한 상태에서 즐기는 목욕의 상쾌함이 그만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나이가 들어보니 인생의 의미가 부귀공명의 성취라는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듯 골프 역시 스코어보다는 18홀을 거쳐 진행되는 과정자체에 의미가 있다라는 것이다. 필자는 구력이 아직 10년이 되지 않는 정도지만 초보자 시절부터 골프삼락이라는 말을 좋아하여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려고 노력해왔다. 생각해보면 현실은 결과에 의해 모든 것이 평가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결과를 위한 치열한 경쟁에 쫓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골프는 이러한 현실생활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자 함인데 골프장에서까지 스코어에 연연하여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런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인 필자는 생각처럼 골프가 잘 되지 않더라도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골프코스의 아름다움과 동반자들과의 담소를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의 그간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골퍼들은 너무 스코어와 승부 자체에 집착하는 것 같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념과 승부근성이 골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위를 돌아보면 집념과 승부근성이 강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단기간에 실력이 느는 경우가 많으므로 필자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래도 골프란 잘 치는 사람보다는 즐기는 사람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옥빈인(富屋貧人)이라는 말과 같이 아무리 싱글 핸디캡의 골퍼라도 스코어에 지나치게 얽매여 골프삼락의 진미를 지나친다면 어찌 고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실력은 다소 모자라더라도 골프삼락을 즐기는 한편 자신이 느끼는 즐거움의 일부를 훌륭한 매너로 동반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골퍼야말로 골프는 물론 진정 인생의 강자임에 분명하리라고 믿는다. /이명섭(변호사)입력시간 2000/11/26 17:23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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