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언론자유는 제한될 수 없다

심의위는 불공정한 보도로 판단되는 기사의 편집·취재·집필업무에 종사한 사람, 또는 그 책임자를 징계하거나 1년안의 범위내에서 관련자의 업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했다.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법 개정안은 정쟁(政爭)만을 일삼아 오던 여야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야합한 「졸작」으로서 입법권의 남용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이같은 언론제재 안(案)은 우리 언론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기인 유신말기와 5공초를 연상시킨다. 기자들에게 1년간의 업무를 정지시키는 행위는 군부독재시절 기자들을 무더기 해직시킨 폭거(暴擧)와 상통한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새천년·새로운 세기를 맞는 희망의 시점에서 아직도 이같은 구(舊)시대적인 발상이 정치권을 맴돌고 있다니, 실로 정치수준이 개탄스럽다. 물론 과거의 언론보도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편파적인 보도, 특정 후보 흠집내기 등 언론계가 자성(自省)해야 할 상흔(傷痕)도 있다. 그런데도 이를 굳이 실정법 테두리 속에 묶어두려는 것은 정치권의 언론장악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우선 가장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불공정 보도」의 기준이다. 「불공정」이라는 개념자체가 포괄적이고 주관적이어서 정당추천 심의위원들간에도 시비거리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여야간의 이해에 따라 불공정의 기준이 들쭉날쭉 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심의위가 언론사 기자에 대해 업무정지를 내린다는 것도 문제다. 법원의 판단없이 제재의 요건들을 심의위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 자체가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언론 목죄기가 빚어지고 있다. 선거법개정안에 대해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여야 일부에서는 수정의사를 내비치는 등 유화책을 내 놓고 있다. 그러나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선거법 개정안은 철폐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 언론자유는 어떠한 합목적성(合目的性)으로도 제한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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