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불행의 대가

金仁淑<소설가>돈으로 살 수 없는 세 가지를 사랑과 명예와 건강이라고 말한다. 진실로 그러한가? 경제적 곤란 때문에 사랑을 이룰 수 없었거나, 이미 이루어졌던 사랑조차도 유지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라면 돈이 사랑의 필요조건이라는 것을 절대로 부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명예도 그렇고 건강도 마찬가지다. 돈은 명예를 이룰 기회를 제공해주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위난의 시기일수록 돈의 중대성은 더욱 크기 마련이다. 돈 때문에 가정이 깨지기도 하고, 멀쩡하게 부모가 살아 있는 아이들이 보육시설에 버려지기도 한다. 명예는 과연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당한 호사처럼 여겨지고, 당장 잠잘 곳도 없는 사람에게 「돈보다는 건강」 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공소한 공익 표어처럼 여겨질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확실한 것은, 돈이 그 모든 것을 이루는데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그것을 맞바꿀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얘기를 뭐하러 하는가. 보험금 20억원을 타기위해 자기 발목을 절단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다. 물론 친척도 있고 형제도 있고 수많은 지인들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그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건강이 있었다는 점이다. 불치의 병에 걸린 환자가 전재산을 팔아서라도 건강해질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누구나 몇번 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반대로 영화나 소설 같은 데에서, 자기 영혼을 팔아서라도 돈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말을 하는 인물도 본 적이 있기는 할 것이다. 건강이 필요하든, 돈이 필요하든 그 이유는 앞으로 살아가야할 삶 때문이고, 그 삶에 마땅히 주어질 또다른 기회에 대한 믿음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돈 때문에 자기 발목을 잘라버린 사람에게서, 나는 무엇을 보아야할 지 알 수가 없다. 가장 큰 보험액수가 나오는 일급장애 판정이란, 정상인에 비해 그 사람에게 주어질 삶의 기회가 거의 없으리라는 것을 말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다시 말하면 보험액수란 불행의 대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아있는 자기 인생의 결정적인, 그리고 회복 불가능한 불행을 담보로 해가면서까지 갖고 싶었던 돈이란 과연 무엇일까. 20억 아니라 200억, 2,000억의 돈을 퍼붓는다고 하더라도 다시는 자기 발로 땅을 짚을 수가 없을 터인데. 영혼을 판다는 말이 소설 속의 문장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끔찍한 비정상이 차라리 IMF 때문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